[미디어펜=한기호 기자]여권을 향한 야당의 공세 성과가 시원찮은 가운데 최근 국회의원 정족수 확대 주장으로 야당은 여권은 물론 여론의 빈축까지 샀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를 위해 지난 8일부터 24일까지 열린 7월 임시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5조6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 전액삭감과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며 추경의 ‘타이밍’을 강조한 새누리당과 마지막 날인 본회의 전날까지도 대치했다.

하지만 새민련은 법인세 ‘정비’ 부대의견을 추경안에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원안보다 불과 2638억원(세입 2000억·순 세출638억) 삭감된 총 11조5639억원 규모의 추경안에 합의했다. 특별한 대안 제시가 없는 반대 끝에 여당과의 법인세 논란의 여지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본회의 통과 직후 의원들이 여야 할 것 없이 수백억원 대 지역사업 국비예산 유치를 홍보하고 나서자 앞서 야당이 “총선용 선심성”이라며 추경안 중 정부 원안 1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했던 주장은 ‘자기모순’이 됐다.

추경 논의가 난항을 겪는 중에도 야당은 지난 12일부터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 사실을 근거로 프로그램 도입의 불법여부, 민간인 대상 사찰여부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14일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킹 프로그램인 RCS(Remote Control System)의 구입 목적·경로·사용내역 등을 공개했다.

   
▲ 전날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숨진 임모 과장이 삭제한 자료 51건을 복구해 분석한 내용 등을 비공개로 보고했다./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이때 국정원 측은 야당에서 최초로 요구한 현장검증도 받아들였고 여당은 조속한 현장방문 실시를 야당에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은 태도를 바꿔 ‘선 의혹검증, 후 현장검증’을 주장하며 시간을 끌었다. 또한 보안전문가 출신 안 의원을 정보위에 사·보임시켜 하루빨리 현장검증을 실시하자는 여당을 비난하며 단독 특위를 구성하고 국정원에 국가 기밀자료 등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지난 18일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 과장(45)의 기밀자료 삭제 이유,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그의 차량 번호판 색깔에 관한 의혹 등을 주문하듯 쏟아냈지만 그들이 단골메뉴처럼 찾던 ‘불법’과 ‘조작’의 근거는 없었다. 서로 다른 색으로 나타났던 임씨의 차량 번호판은 경찰 및 국립과학수사대 검증결과 동일한 것으로 25일 밝혀졌다.

미처 해소되지 않은 내국인 사찰 의혹과 더불어 제기된 SKT 3개 회선 해킹 논란, 카카오톡 도·감청 의혹도 27일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국정원장의 해명으로 설득력을 잃었다.

정보위에 따르면 이 원장은 RCS를 이용한 카카오톡 도청은 불가능하며 문제의 회선은 국정원이 위장명칭을 이용해 실험용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씨가 삭제한 RCS 관련 51개 자료도 복구·조사한 결과 내국인 사찰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이 섭외한 민간전문가와 국정원 기술자 간 간담회를 갖고 정보위 현장방문을 실시할 것도 제안했다.

그러나 야당은 ‘셀프 검증은 믿을 수 없다’며 이전과 같은 의혹 제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안 의원도 안랩 보유주식의 백지신탁과 정보위 사·보임의 조건으로 핵심 기밀에 해당하는 RCS 로그파일 제출 등 3가지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신속한 현장방문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 이종걸 새민련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서 주장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원 정수 확대안에 대한 당 내부와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를 거론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사진=미디어펜

이밖에 야당은 최근 내년 20대 총선에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하자는 여당 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 제도는 문재인 야당 대표가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당 지도부의 일관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어 야당 지도부는 그 대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국회의원 정수 확대안을 제시했다가 당 내부의 반발과 여론의 빈축을 동시에 샀다. 28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 중 57.6%가 세비 50%삭감을 전제하더라도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까지도 해당 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하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해당 안에 대해 침묵했다. 이처럼 야당은 내외부 분란에 힘을 소진해온 가운데 일관적인 정책 추진력마저 흔들리고 있다.

한편 새민련 혁신위원회는 같은 날 '민생제일주의'를 당 정체성으로 제시,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민생복지정당을 당론으로 확정한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유능한 경제정당 위원회’를 출범시킨지 약 한달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