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자동차 업계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제조사 5곳(현대차·기아·한국 GM·르노코리아·KG 모빌리티) 중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한 곳은 KG모빌리티가 유일하다. 현대차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투표가 남아있고, 기아 노사는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아 노사는 광명공장에서 10차 본교섭을 열었지만 노조 교섭위원들의 집단퇴장으로 결렬됐다. 이 자리에서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장은 사측이 전달한 1차 제시안을 찢어버렸다.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형제 기업인 기아 임단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아는 협상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달 31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총원 대비 82.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쟁의행위(파업)를 벌일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들은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금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 연장 △주4일제 및 중식 시간 유급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정년 연장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않아 개별 기업이 결정하기 어렵고 단체협약에 표시된 고용세습 조항 삭제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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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기아 양재 본사./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앞서 현대차는 지난 12일 열린 23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 합의안이 오는 18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현대차는 2019년 이후 5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하게 된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사상 첫 5회 연속 무분규 기록이다.
노사는 △기본급 4.8% 인상(11만1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2022년 경영실적 성과금 300%+800만 원 △'세계 올해의 자동차' 선정 기념 특별격려금 250만 원 △2023년 하반기 생산·품질·안전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00% △2023년 단체교섭 타결 관련 별도합의 주식 15주 △전통시장상품권 25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다만 최대 쟁점으로 꼽혔던 정년 연장 문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년 연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정책, 사회적 인식변화로 법 개정 시 노사가 협의키로 했다.
한국GM은 18차 교섭 끝에 △성과급 등 1000만 원 △기본급 7만 원 인상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에 따르면 지난 12∼13일 조합원 6829명이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에 참여했고, 과반수인 4039명(59.1%)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한국GM 노조는 잠정합의안 부결의 이유로 임금 인상 폭과 성과급 부족을 꼽았다. 노조는 지난 11∼13일 사흘 간 부분 파업을 결의했다가 잠정 합의에 따라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투표 부결로 파업 가능성이 다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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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코리아자동차 로고./사진=르노코리아 제공 |
르노코리아 노사는 8차 교섭 끝에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지난 7월 1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찬반 투표를 진행했지만 반대 53.7%로 부결된 바 있다. 당시 노사는 △기본급 10만 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 원 △생산성 격려금 약 100만 원 △노사 화합 비즈포인트 20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두 번째 합의안에 △내수 판매 부진 및 생산량 감소 위기 극복을 위한 격려금 20만 원 추가 지급 △비즈포인트 11만 원 추가 지급 △영업사업소 수익성 개선 및 유지를 위한 노사 공동노력 약속 등의 내용을 추가로 포함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오는 19일 예정된 사원총회 투표에서 가결 여부가 결정된다.
KG 모빌리티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8월1일까지 17차 협상을 통해 △기본급 5만 원 △본인 회갑 1일 특별휴가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이후 임금 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합의안이 56.5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KG모빌리티는 국내 동종업계 최초로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최종 마무리 지으며 '14년 연속 무분규 협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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