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도 2년만에 증가세 전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 시중은행에서만 가계대출이 8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신용대출도 3000억원을 넘어서며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에서만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불과 보름만에 8000억원 넘게 늘어났다./사진=김상문 기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62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월 말 기준 680조8120억원보다 8096억원 늘어난 규모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남은 보름 동안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이달 증가 폭은 8월 증가 폭(1조5912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이 6176억원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범으로 지목한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출억제책을 내놓을 것을 예고하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이 서둘러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논란을 빚었던 50년 만기 주담대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했다. 앞서 은행권들은 자발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 '산정 기준' 등의 조건을 높여왔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50년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줄였다. 농협·하나·기업은행 등은 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수협·대구·카카오뱅크는 만 34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도입했다.

신용대출은 이달 중순까지 3445억원 증가했다. 이달 말까지 증가세가 이어지면 신용대출은 2021년 11월(3059억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으로 미뤄볼 때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4월 이후 6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 6조9000억원,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증가 폭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대비 6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10월(6조1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9월)에서 향후 가계대출 여건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매매거래 확대와 하반기 아파트 입주·분양 예정 물량 증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대출수요 등이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에는 주택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 가운데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속도 조절, 인터넷전문은행 주담대 현황 점검 등이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을 이달 27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보고서는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장기성장세를 저해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장기적 시계에서 디레버리징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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