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현1구역 조합장 도정법 위반으로 90만원 벌금형
조합원들, 조합장 해임 추진···롯데건설 입지도 위태
HUG 대출보증 승인 보류에 사업 지연되면서 불만↑
[미디어펜=성동규 기자]롯데건설이 서울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갈현1구역에서 시공사 지위를 박탈당한 위기에 처했다. 조합장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으면서 조합장 해임과 함께 시공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 갈현1구역 전경./사진=성동규 기자


20일 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갈현1구역 조합장인 유 모씨가 도정법 제29조 제1항 위반으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해당 조항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계약을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유 씨는 2021년 10월 총회를 통해 수용재결(20억원), 범죄예방(25억원), 이주관리(39억원), 지장물 철거(90억원) 등 174억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일반경쟁에 부치지 않고 롯데건설에 수의계약으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도정법 제43조 1항 5호에서는 같은 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10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조합 임원 또는 전문조합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씨는 유죄가 인정됐음에도 직을 유지하게 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이번 재판을 진행한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전날인 19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조합원들도 행동에 나섰다.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지난 16일 유 씨를 비롯해 이사, 감사 등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기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발의했다.

이들은 도정법과 예산회계규정, 조합정관 등 서울시와 은평구청의 조합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14건의 법령 위반 사례를 근거로 집행부의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해임총회를 소집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전체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를 충족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거둬들이고 있으며 총회를 개최하기 위한 비용도 모금하고 있다. 늦어도 올해 안으로 해임총회가 열릴 전망이다.

새 집행부 꾸려진다면 시공사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조합원이 롯데건설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탓에 조합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사업비 대출보증을 승인받지 못해 분담금 상승 우려로 조합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19년 갈현1구역 시공사 선정 1차 입찰 당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조합에서 현대건설의 건축 도면 누락과 담보초과 이주비 제안 등을 문제 삼으며 입찰 무효를 통보하고 시공사 재입찰 절차를 밟았다.

입찰 무효로 롯데건설만 남자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2차 입찰에선 롯데건설만 참여하면서 또 불발됐다. 조합은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을 진행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롯데건설에 시공권을 밀어주기 위해 현대건설의 입찰자격 박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듯 롯데건설은 시공권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HUG는 이와 같은 사업 구조는 자금조달에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해 사업비 대출보증 승인을 보류한 것이다.

갈현1구역의 공사비는 9061억원에 달한다. 일반분양 계약금과 중도금 공사비를 제외하면 완공 전까지 8000억원에 가까운 공사 자금이 필요하다. 롯데건설의 보유 현금으로 이를 전부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당 부분의 사업비를 차입해야 하는데 HUG 사업비대출 보증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결국에는 공사비 증액 등으로 부담이 돌아올 것이라고 조합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롯데건설로서도 현재 상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체 비용으로 사업을 추진하고도 정작 대금을 받지 못해 재무구조 뇌관인 '공사 미수금'과 '미청구 공사 비용' 등으로 쌓일 수 있는 탓이다.

당장 롯데건설의 올해 상반기 기준 공사미수금은 1조1677억원으로 전년 동기(6521억원)와 비교하면 1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미청구공사비용은 같은기간 1조5401억원에서 1조7153억원으로 2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발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 위기를 겪었던 데다 여전히 잠재적 위험을 떠 안고 있는 롯데건설로서는 반가울 리 없는 형국이다.


해임총회 발의에 참여한 한 조합원은 "애초 불가능한 조건으로 조합원들을 현혹해 롯데건설이 시공사 지위를 따낸 것 아니냐"면서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론 인한 손해에 대해 집행부도 롯데건설도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집행부도 롯데건설도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면서 "집행부와 시공사 교체에 따른 사업이 일부 지연된다고 해도 바로 잡지 않고 억지로 사업을 끌고 간다면 조합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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