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그동안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14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이르면 내년 말부터 보험계약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단서 등 서류를 직접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지 않고도 실손의료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어 오는 25일로 예정된 다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비자들과 보험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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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14년 만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2025년부터 계약자가 서류를 직접 떼지 않아도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유튜브 캡처 |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 등의 비용을 보장하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이다.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까지 불린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종이서류를 전자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실손보험금 청구 시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비 영수증, 세부 내역서 등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개별적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비용 낭비 문제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2021년 손해보험의 실손보험 청구량 총 7944만4000건 가운데 데이터 전송에 의한 전산 청구는 9만1000건으로 0.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종이서류 전달, 서류 촬영 후 전송 등 ‘아날로그’ 청구에 해당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비교적 손쉬운 방법인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는 비중이 21%로 적지 않았으나 대부분이 팩스(31%), 설계사(23%), 방문(16%) 등을 통해 보험사에 직접 제출하고 있었다.
이에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지 않은 보험금은 연간 2000억~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청구 실손보험금이 2021년 2559억원, 2022년 2512억원, 2023년 3211억원 등 연평균 276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논의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가입자의 청구 비효율성을 지적한 뒤 지속해서 추진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의료계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병원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무산돼왔다. 반면 보험업계는 가입자의 편의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운영에 관한 업무 관련자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얻은 자료를 업무 외 용도로 사용·보관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도록 했다.
해당 법안은 국무회의를 거친 뒤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는데 우선 대형병원에 한해 시행된다. 30병상 미만의 의원급 의료기관은 공포일로부터 2년 뒤 시행된다. 이에 따라 연내 공포가 이뤄지면 2025년부터 모든 병원에 새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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