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은 유아교육, 유치원교육이 살아나야 나라가 산다는 취지에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현재 전국 각지의 유치원에서 행해지는 3~5세 아이들을 위한 유아교육은 공교육이 아니라 정해져 있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유치원 유아교육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을 기르기에 최적인 교육과정이다. 교사들의 열정과 관심,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이 어우러져 아이들은 자라난다. 미디어펜은 향후 한달 간의 기획기사 연재를 통해 아이들과 교사들, 현장과 관련 통계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부․지방교육청이 주도하는 유아교육의 맹점과 한계, 개선안을 도출해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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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미디어펜 기자 |
교육감 예산경쟁 유발…병설․단설 공립유치원 늘리기 [3]
[미디어펜=김규태기자] 본지는 앞서의 관련기사를 통해 ‘초중고 영유아 학생 수는 줄지만, 늘어나는 교육예산’, ‘인구절벽 아랑곳 않는 공립유치원 증설은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저출산 세태로 인해 미래세대를 이룰 영유아 아이들이 점차 사라져 가는 가운데, 왜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와 각 광역단체 시도교육청은 공립유치원을 증설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우선 각 시도교육청 교육감에 대한 평가가 첫 번째 이유다.
우리나라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교육은 헌법상 규정한 의무교육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공교육이 아닌 셈이다. 교과서가 따로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육부는 매년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도교육청평가에서 공립유치원과 관련된 수치를 평가지표에 넣고 있다.
시도교육청 및 교육부는 분명 법에서 규정한 의무교육을 수행하는 공교육 행정기관이다. 유치원은 엄연히 사교육의 영역이다. 공교육이 아니다. 그런데 유치원과 관련된 지표로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을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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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는 평가영역별 우수교육청. 종합등급을 기준으로 나온 17개 시도교육청평가 결과에 따라 매년 하반기 특별교부금 지원에 차등 반영된다./자료=교육부 제공 |
매년 실시되고 있는 시도교육청평가는 1996년부터 실시되어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6월 18일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2014년 1년간의 교육성과를 평가한 ‘2015 시도교육청평가’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평가의 목적으로 “교육의 분권화․자율화 확대에 따라 교육청의 책무성을 확보하고 교육청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교육청평가가 교육부의 각 지역별 특별교부금 지원에 차등 반영된다는 점이다. 종합등급을 기준으로 나온 평가결과에 따라 매년 하반기 특별교부금 지원에 차등 반영된다. 각 시도교육청 17명의 교육감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돈을 받기 위해 돈을 쓰는 구조, 공립유치원 예산
교육부가 밝힌 2015년 평가지표별 배점표를 보면, ‘교육비 부담 경감’ 항목에서 ‘유아교육비 부담 경감’을 소분류로 하는 지표가 들어가 있다. 세부적으로는 ‘유치원 납입금 증감 정도’와 ‘공립유치원 취학률 수준 및 향상도’이며 이 2개 지표의 합산점수는 3점이다.
기자가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은 공립유치원 취학률 수준 및 향상도이다. 이는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그 증가폭이 클수록 더 많은 점수를 받는 구조다. 이 평가지표가 전제하고 있는 것은 ‘공립유치원이 언제나 좋고 모든 국민들이 원하는 형태의 유치원이다’라는 가치판단이다.
젊은 학부모마다 자신이 처한 사정에 따라 유치원에 대한 선호도는 달라진다. 모든 학부모가 공립유치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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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은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표방했으며 충북 김병우 교육감은 ‘유치원 무상급식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당선되었다. 제주 이석문 교육감은 ‘유치원 체험학습비 전면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었다. 이들 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교육감들이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에 추가하여 공립유치원 병설 단설 확충, 사립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공영화 등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공약집에 포함시키면서 당선되었다. |
사립이나 공립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 이도 있고, 기독교 불교 등 특정 종교재단의 사립유치원을 선호하는 이도 있다. 음악이나 체육, 영어에 특화된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는 부모도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이나 놀이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냥 다니던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도 있다. 아니면 유치원 원장의 특정 교육철학에 전적으로 동의하여, 해당 유치원에 자기 아이를 꼭 보내려는 부모도 있다.
이뿐만 아니다. 사립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공립에 보내려는 부모들도 있다.
교육부가 평가하고 교육청이 장단을 맞추는 시도교육청평가는 무조건적으로 ‘공립유치원이 옳고 선이다’라는 점을 전제로 해서 이루어진다. 수백만 부모들의 각기 다양한 선호도와 욕구를 교육부․교육청이 하나로 똑같이 여기는 격이다.
공립 단설유치원 1개소 신설에는 지역에 따라 30~50억 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된다. 초등학교 교실을 리모델링해서 신설하는 병설유치원에는 학급당 1억 원 가까이 되는 예산이 들어간다.
현재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시도교육청평가는 교육청이 교육부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돈을 쓰는 구조다. 공립유치원을 신증설하여 ‘공립유치원 취학률 수준’을 향상시키면 ‘특별교부금’을 더 많이 받는다. 돈 넣고 돈 먹는 구조다.
포퓰리즘 표 구걸하는 교육감의 필수 공약…공립유치원 신증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각 시도교육감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정책공약이 있었다. 무상교육, 무상급식 등을 포함한 보편적 교육복지의 확대였다.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은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표방했으며 충북 김병우 교육감은 ‘유치원 무상급식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당선되었다. 제주 이석문 교육감은 ‘유치원 체험학습비 전면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었다. 이들 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교육감들이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에 추가하여 공립유치원 병설 단설 확충, 사립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공영화 등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공약집에 포함시키면서 당선되었다.*
교육감선거는 정쟁으로 변질되면서 각종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교육감들이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 예산액에 비해 그들이 제시하는 공약은 수십배의 예산을 필요로 한다. 그 단적인 사례가 공립유치원(병설 단설) 신증설, 사립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공영화 등이다.
교육감들의 포퓰리즘 표구걸 경쟁에 공립유치원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빠지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감들의 공약 경쟁은, 교육청의 시도교육청평가와 더불어 공립유치원의 우후죽순 난립과 사립유치원의 황폐화를 촉진하는 ‘악의 고리’다.
* 교육정책의 주요 이슈 평가와 개선방향.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정책연구 2014-1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