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수도권 불소관련 토양 정화비용 5853억원 발생
정화비용, 개발사업 추진 시 분양가 인상 야기… 부담 증가
"우리나라 지질특성 등 종합 고려해 합리적 기준 재설정"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불소규제를 국제적 수준으로 개선하라고 환경부에 권고했다.

   
▲ 환경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오세천 공주대학교 교수와 세종대학교 이덕로 교수 등 5명 위원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는 이날 '토양 내 불소 정화규제' 관련 회의를 열고 "현행 토양 내 불소 기준은 기업·국민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므로 안전성·실현가능성 등 제반사항을 감안해 국제적 수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현재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불소와 카드뮴, 니켈 등 23개 물질이 토양오염물질로 지정·규율되고 있다. 오염 여부 판단 기준인 우려기준(주거지역·임야·농지 등 400mg/kg, 공장 등 산업지역 800mg/kg)을 초과하는 불소가 토양에서 발견되면 개발사업자 등 정화책임자는 우려기준 이하로 해당 토양을 정화해야 한다. 

불소는 충치 예방효과가 있어 치약 원료로 사용하는 등 국민 일상생활과 산업현장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유용한 물질이다. 하지만 인체에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어 토양 내 우려기준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간 주택·건설업계 등은 현행 토양 내 불소 정화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각종 개발사업 지연과 사업비 증가 등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불소관련 토양 정화비용은 수도권에서만 5853억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며, 전국적으로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정화비용은 주택 건설 등 개발사업 추진 시 분양가 인상을 야기해 국민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서울시 교육청 신(新)청사 건립 부지에서 불소가 우려기준 1.4배(566mg/k)가 검출돼 지난해 12월 공사를 중단하고 오염조사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정화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당초 내년 8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정화작업 비용이 약 57억원 소요됨에 따라 준공 시점이 1년 이상 미뤄질 전망이다.

이에 규제심판부는 인체·환경에 위해가 없는 범위 내에서 국제 수준에 맞게 새로운 우려기준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선진국과 같이 부지별 실정에 맞게 토양오염을 관리하는 위해성 평가제도 중심 정화체계로의 전환 추진을 환경부에 권고했다.

이 같은 결정은 해외 선진국 사례와 우리나라 지질특성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규제심판부는 먼저 우리나라 토양 내 불소 정화기준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엄격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토양 내 불소에 대해 우려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나라가 대부분이고, 우려기준을 설정한 국가(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일본 등)도 우리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려기준을 설정한 선진국은 이를 일률 적용하지 않고 위해성 평가를 통해 개별 부지별 특성에 맞게 정화목표를 탄력적으로 결정해 기업 부담을 완화해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행 토양 내 불소기준은 2002년 처음 설정 당시 우리나라 지질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반 대부분이 불소 함유량이 높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자연상태에서 불소가 흔하게 발견되고, 우려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이 전 국토 11.5%에 달하는 사실이 반영되지 못해서다.

아울러 화강암 등 광물에 함유된 불소는 매우 안정적이어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감안해 합리적 수준의 기준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환경부는 규제심판부 권고를 수용해 관련 후속조치들을 신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며, 국무조정실은 추진상황을 지속 점검·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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