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구속기로에 놓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사일생으로 부활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일부 해소하게 됐다. 이에 이들은 그간 ‘방탄’ 공세를 펼치던 정부여당을 향해 대대적인 반격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부각해왔던 검찰과 정부여당은 영장 기각 사태로 ‘야당 탄압’이라는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27일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반색을 나타냄과 동시에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검찰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정부여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명분으로 야당 탄압을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
|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와 관련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를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반드시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된다”라며 “그동안 정치를 무력화시키면서 검찰을 동원한 검찰 정치, 그리고 독선과 독주에 빠졌던 대통령께서 정중히 사과하시고 그 책임을 물어 법무부 장관에 대한 파면 조치를 즉각 취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협치 실종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거듭된 영수회담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정 마비를 야기한 검찰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여당과 검찰을 향해 반격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이들은 대여투쟁뿐만 아니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주범으로 꼽히는 비명계 단속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비명계가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할 명분을 상실한 틈을 타 내홍의 싹을 제거하고 친명계를 중심으로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라며 “자해행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명 정당’ 완성됐지만…비명계, 색출 아닌 포용 대상
하지만 전날 민주당 지도부가 친명 일색으로 재편됐음에도 이들은 체포동의안 가결 표 색출과 비명계 축출보다 통합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내부 분열을 촉발하는 것이 제살 깍아 먹기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됐음에도 여당이 이 대표 사법리스크 공세를 지속하고 있어 ‘단일대오’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도 여겨진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판단에 대해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는 법리를 벗어난 결과”라고 법원의 판단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표가) 무죄판결을 받은 게 아님에도 무죄판결을 받은 것처럼 거짓 선동하고 있다”고 사법리스크 공세를 지속했다.
이에 민주당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반란표 색출에 몰두하는 것보다, 계파 통합과 야권연대로 대여투쟁 화력을 높이는 것이 정치적 실리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체포동의안 반란표는 민주당이 방탄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한 ‘일등공신’이라는 점도 통합 필요성으로 거론된다. 실제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후 민주당을 향했던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에 이원욱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가결 표를 행사한 의원들은) 표창을 줘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이) 방탄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것을 극복시켜준 의원들”이라며 반란표 사태가 ‘정상참작’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상민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번에 영장이 기각돼서 당내 분위기는 오히려 이재명 대표가 더 날개 단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대표 물러나라 하면 돌팔매를 맞는다”면서 지도부 사퇴와 분당 가능성에 말을 아꼈다.
이재명 지도부에 반란을 시도했던 비명계가 자세를 낮추고 통합의 손길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친명계로 지도부를 재편한 민주당이 고개 숙인 비명계를 어떻게 포용하느냐에 따라 정부여당을 향한 반격의 성패도 판가름 날 것으로 예측된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