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4번타자 강백호(24·kt 위즈)는 대만전 참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강백호에게는 '국대 4번타자'가 너무 버거워 보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2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대만에 0-4로 완패했다.
1일 홍콩과 1차전에서 10-0(8회 콜드게임)으로 이겼던 한국은 1승 1패로 조 2위에 머물렀다. 3일 태국전에서 이기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는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만전 1패를 안고 2차 라운드를 벌이게 돼 결승 진출과 대회 4연속 금메달 도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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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대만에 무기력하게 끌려가자 강백호(왼쪽)가 덕아웃에서 고개를 떨군 채 힘들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만은 국제대회에서 한국에 늘 껄끄러운 상대였기에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힘 한 번 제대로 못 써보고, 단 1점도 내지 못하고 패한 것은 충격적이다. 선발 문동주가 4이닝 2실점하고 물러난 후 불펜진이 호투를 이어가다 8회말 등판한 고우석이 추가 2실점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대만전의 가장 큰 패인은 타선의 침체였다. 한국은 총 6안타에 그쳤는데 절반인 3안타를 윤동희가 쳤다. 그만큼 타선의 집중력이 없었고, 주자가 나가도 불러들일 해결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4번타자 중책을 맡은 강백호의 부진에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강백호는 만만한 투수들을 상대했던 홍콩전에서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고, 대만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전혀 제 몫을 못 해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순간은 있었다. 홍콩전 두번째 타석이었던 3회말 무사 1, 2루에서 우중간으로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최소 1타점은 올릴 수 있는 장타처럼 보였지만 홍콩 우익수의 다이빙 캐치 호수비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스타트를 끊었던 주자들이 아웃되는 과정에서 삼중살 여부를 두고 심판진이 혼선을 빚으며 20분 가량 지체됐던 그 장면이다.
만약 이 타구가 안타가 됐다면 강백호의 이후 타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호수비에 걸려 아웃되면서 병살로 연결된 후 강백호는 기가 꺾였다. 대만전까지 삼진 아니면 내야 땅볼만 쳤다. 대만전에서는 1회 2사 1루서 투수 땅볼, 3회 2사 1루에서 루킹 삼진, 선두타자로 나선 6회 3루수 땅볼, 8회 2사 2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2018년 프로 데뷔하자마자 29개의 홈런을 날리고 타율 0.290을 기록하며 당당히 신인왕을 차지했던 강백호다. 이후 2019~2021년 세 시즌 연속 3할대 고타율(0.336, 0.330, 0.347)을 기록하며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KBO리그 신예 최강 타자로 군림했던 강백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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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이어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국가대표로 참가한 강백호(오른쪽). /사진=kt 위즈 SNS |
잘 나가던 강백호에게 국가대표로 출전한 국제대회는 악몽이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가 한국이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지고 있는 상황인데 강백호가 덕아웃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모습이 TV 중계화면에 잡혔다. 한국이 동메달도 못 딴 부진한 성적과 맞물려 강백호는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3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강백호는 비판의 한가운데 서야 했다. 호주전에서 2루타를 친 후 과한 세리머니를 펼치다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졌고, 그 순간 태그를 당해 횡사했다. 한국은 호주에 졌고, 그 영향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황당한 주루사를 한 강백호는 또 한 번 태도 논란을 불렀다.
거듭된 국제대회에서의 논란을 날릴 기회가 이번 아시안게임이었다. 연령 제한을 두고 선발한 대표팀에서 강백호는 타선의 중심이었고 4번타자를 맡았다. 올 시즌 몸 상태가 좋지 않고 멘탈도 무너져 공백기가 많았지만 9월 들어 1군 복귀한 후에는 타율 3할3푼3리에 2홈런 7타점으로 타격감을 끌어올려 아시안게임 활약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두 경기를 치르면서 강백호는 안타 하나 못 치고 4번타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대만에 계속 끌려가자 강백호는 자신의 부진을 자책하는 듯 덕아웃에서 고개를 푹 숙이며 괴로워하는 모습이었고, 완패 후에는 헌껏 처진 어깨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강백호도, 대표팀도 위기에 처해 있지만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결승으로 가고 금메달을 따는 길이 험난해졌으나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면 여전히 우승 가능성은 있다. 대표팀은 분위기를 살려내야 하고,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하는 강백호의 방망이가 터져야 한다. 강백호는 떨궜던 고개를 들고 새로운 각오로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고, 실망한 팬들도 지금은 질타보다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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