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을 어기고도 왜 당당하세요?
2023-10-06 15:52:10 | 성동규 기자 | dongkuri@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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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부 성동규 차장 |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로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때마다 이에 불복, 소송으로 대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모두 입을 맞춘 듯하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봤을 때 최선의 결정이었다. 이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진행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저리도 떳떳할 수 있을까. 행동경제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미국 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퍼지 요소(Fudge factor)라는 용어로 이를 분석한다. 퍼지(Fudge)는 '얼버무린다'라는 뜻의 단어다.
풀이하자면 애리얼리는 자신의 범죄를 얼마나 합리화할 수 있는지에 따라 범죄를 저지를지 저지르지 않을지 좌우된다고 본 것이다. 그의 실험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다. 애리얼리는 MIT대학교 기숙사 냉장고에 1달러짜리 콜라 6개와 1달러짜리 지폐 6장을 두었다.
학생들이 무엇을 더 많이 훔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콜라를 훔치건 1달러짜리 지폐를 훔치건 완전히 같은 이익을 얻는 절도 범죄다. 경제적인 관점만 놓고 보면 오히려 1달러를 훔치는 게 더 이득이다.
콜라 대신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72시간이 지나도 1달러 지폐는 거의 사라지지 않았다. 반대로 콜라는 모두 없어졌다. 학생들은 '콜라 한 캔 쯤이야'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죄의식을 덜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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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 한 시민이 두고 간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사람이 정당하지 않은 행위를 하는 원인은 합리적인 비용편익 분석에 의한 것이라는 방증이다. 건설사들의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 역시 사실상 거짓인 셈이다. "그래도 되니까"라는 인식이 말로 진짜 이유였다.
건설사 즉 '법인'(法人)과 '자연인'(自然人)은 다른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법인을 설립하는 목적은 결국 사람이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다. 법인의 경영 활동을 통한 모든 행위 모두는 결국 사람의 삶과 존재를 위한 수단적 가치를 지닌다.
법인과 자연인의 행동원리는 다르지 않다. 경영 활동의 기준선이 사회적인 규범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책임은 법인에 향할 수밖에 없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지칭하는 'ESG 경영'이 최근 중요한 화두로 부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사람은 결단코 없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뒤따르는 책임을 진다. 법인이 지닌 윤리와 도덕성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때이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