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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초중고등학교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 공교육의 질 하락,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한 학습분위기 및 교사의 사기 저하는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공교육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지만 알맹이는 공교육이 아닌 특목고 자사고 사립초교의 경우, 이곳에 들어가기 위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입학경쟁이 매우 치열해진 상황이다. 수월성 평가 및 학생 맞춤별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교육의 본질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반증이기도 하다.
쪼그라드는 공교육의 질과 반비례하여 사교육시장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 학교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밤늦도록 사교육 시장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공교육은 끝났다. 대학교 입학 및 고교 졸업증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유치원으로 내려가면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 유치원은 초중고 교육과 더불어 교육부 소관이다. 유치원은 법으로 규정한 의무교육이 아니다. 엄연히 공교육인 초중고교 과정과 달리 사교육의 일환으로 행해진다. 선택의 여지도 초등학교와 달리 놀이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홈스쿨링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유치원 교육은 일종의 ‘선택’이며 공교육이 아니다. 따라서 교과서도 달리 없다. 아이들 각자의 창의성과 개성을 살려주는 맞춤형 교육, 각 유치원 원장의 교육 철학에 따라 특성화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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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9일 전국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은 예산부족으로 보육비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사진=유치원알리미 캡쳐 |
문제는 점차 늘어가는 공립유치원 및 교육부 교육청의 누리과정 시행으로 인해 사립유치원 본연의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치원 교육은 공교육이 아니다. 그런데 기존의 사립유치원이 점차 배제당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부어 설립하고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필자는 공립유치원 증설과 관련하여 각 지자체 광역단체의 소식을 실은 언론기사 몇몇의 댓글을 확인했다. 공립유치원 증설을 찬성하는 댓글과 반대하는 댓글이 대립하는 가운데, 공립유치원 증설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저렴한 학비로 안정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립 병설 유치원 증원 해주세요~ 이권이 개입되지 않게 공교육으로 교육 받고 싶습니다.”
“국공립의 증설 적극 찬성합니다. 사립 유치원 아무리 혜택을 받아도 혜택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게 현실입니다. 국공립 유치원 꼭 증설해 주세요.”
“공립유치원 증설은 꼭 필요한 정책 우리나라의 미래는 유치원 교육에서부터 시작입니다. 돈 없는 서민들 사립유치원 보내려면 허리 휩니다. 무상교육은 아니더라도 공립유치원증설은 필히 의원님들이 심사숙고 하여 주십시오.”
“자꾸 세금 낭비란 말만 하시는데, 그 세금 누가 내는 겁니까? 우리 학부모들이 낸 거 아닙니까? 그 돈으로 우리 아이들 다닐 유치원 지어 달라는데, 이게 도대체 뭐가 잘못 되었다는 겁니까?”
“우리 교육의 중심은 공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언제부터 사립에 의존하는 교육이 되었습니까? 국공립유치원의 증설로 공교육을 좀 더 확고히 다지고, 사립유치원과의 경쟁 속에 우리 아이들도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인데 너무너무 모자라서 조금이라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인데 교육위원이라는 분들이 정말 몰라서 그러시는 건지. 사립 보내려면 지원받아도 한달에 20-30만원 혹은 그 이상 들어갑니다. 공립은 한달에 많이 들어가야 5-6만원 선이고요. 있는 사람들이야 교육의 질을 따지겠지만 없는 사람들은 빚내서 유치원 다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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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진짜로 돈 없는 서민(?) 학부모인지, 공립유치원 증설을 희망하는 공립유치원 교사나 교사 지망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은 “유치원 과정이 공교육”이라고 잘못 생각한다는 점이다. 재차 말하지만 유치원은 공교육이 아니다. 진실을 모르든 알고서도 거짓말을 하든, 이들은 유치원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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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일 공개된 교육부의 2015년 2월 정보공시 자료에 의하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달랐다. 오히려 병설, 단설 등 공립유치원비가 오히려 사립유치원비 보다 23만원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어린이집,유치원 통합정보공시 사이트 메인창 |
공립유치원 증설을 주장하는 입장의 요지는 돈 없는 서민들을 생각해서라도 값싼 공립유치원을 지어달라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돈이 들어간다. 공립유치원은 병설 한 학급을 증설하는 데에 7천만 원 이상이 들어가며, 그 한 학급을 유지․운용하는 데에는 연간 그 이상이 들어간다. 단설 한 개 유치원을 신설하는 데에는 최소 30억 원에서 최대 50억 원 이상 들어간다.
정부의 돈이 무제한적이며, 그 돈을 모두 유치원 공립유치원의 신․증설에 쏟아 부으면 이들이 제기하는 모든 것은 해결된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노인연금과 초중고 무상급식, 장애인 지원과 격오지 각종 복지혜택은 없어질 것이다. 자원은 언제나 부족하다. 부족한 자원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쓰다간 금새 바닥난다.
돈 없는 서민(?)이라며 자신들도 세금을 내니 이러한 공립유치원 혜택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자들에게 고한다. 이는 누군가의 돈으로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도둑 심보나 마찬가지다. 개인소득세 및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하여 상위 10%의 개인들이 전체 세수 90%를 담당한다. 법인이나 개인 모두 마찬가지다. 각박하고 어려운 당신들의 사정과 현실 속의 세금은 별개로 돌아간다. 부자들은 자신들이 버는 수준 그 이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약탈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부자에게서 거두어 빈자에게 수혜를 주는 구조다. 정부가 빈자를 대신하여 부자의 호주머니를 강탈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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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공립 단설유치원 수. /자료출처: KDI Focus 2013년 8월 20일 통권 제34호(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
현재의 공립유치원-사립유치원 운영 구도는 ‘누리과정’으로 공립 사립 간의 질 차이를 현격하게 줄여놓은 채, 정부의 보육예산을 공립유치원에 쏟아 붓고 있는 양상이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금과 공립유치원 신설, 운영에 대한 예산의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 감당하는 비용만 따지면 사립유치원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들어가는 총 비용을 고려하면 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보다 월등히 더 많다. 원아 1인당 교육비를 보면 공립이 사립보다 2배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 신증설하여 새로이 올리는 공립유치원 비용은 따로 계산해도 말이다.
남의 돈으로 자신의 아이를 공립유치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머리속에는 자신들이 내는 금액만 있다. 공립유치원은 당신들에게만 싸다. 싼 건 비지떡일뿐더러 남의 돈,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걸’에 불과하다. 그 세금에서 당신들이 감당하는 세금은 지극히 미미하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기 같은 몇몇의 자원을 제외하면, 누군가 공짜로 무언가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다른 누군가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