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0일 내년 4월 총선이 정확히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번 총선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다. 총선 승패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 정상화로 가느냐, 실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느냐의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조직법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사사건건 거의 모든 사안에 비토를 놓는 실정이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지만 여소야대 정국 때문에 본인 뜻대로 할 수 있는 정책이나 인사가 제한적이다. 최근 6년 만에 차기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한 대법원장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국회 표결에서 과반이 필요해, 실질적으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균용 후보자의 낙마 등 대법원장 임명을 좌지우지한 셈이었다.
이번 총선은 지난해 '비호감 경쟁'으로 치러진 대선 구도가 그대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상대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구도다. 양측의 핵심 지지층이 견고한 가운데, 이들을 최대한 결집시키면서 중도·무당층을 더 많이 갖고 오는 측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바로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윤 대통령이 당분간 여성가족부 장관을 공석으로 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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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23년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실제로 민주당이 공직후보 청문이탈방지법 입법을 예고한 가운데, 대통령실에서는 "인사청문회의 전반적인 과정 진행을 지켜보겠다, 청문 절차가 마무리 되어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청문회 퇴장' 논란에 휩싸인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놓고 대통령실 내외에서 읽히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향후 선택지는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후 시한이 지나면 즉각 임명하는 방안이 있고,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후 시한이 지나더라도 임명을 보류하는 방안이 있다. 또는 김행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라는 옵션도 있다.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여가부 장관으로 임명할 경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와 맞물려 총선을 앞둔 국정 운영에 '강 대 강' 대치구도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시간순으로 보면, 오는 11일 열릴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재차 승리한 후 김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면 이번 총선을 거대야당에 대한 심판 구도로 끌고 갈 돌파구를 열게 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후보자 임명 강행 여부가 시간을 갖고 지켜볼 사안이 된 것이다. 한편,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기게 되면 좀 더 시간을 두고 김 후보자에 대한 결단을 해도 늦지 않으리라는 기류가 대통령실 내외에서 읽힌다.
여가부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이는 2030 남성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뿐더러 대선 공약경쟁 국면을 바꾼 방아쇠였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부조직법 등 정부가 하려는 일을 정면으로 가로막아선 야당을 심판해 달라는 호소를 할만한 여지를 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한달간 이와 관련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총선까지 6개월. 시간은 아직 윤 대통령 편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