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퇴직금 5억 5천만…"과도한 지급 지양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 희망퇴직자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퇴직자에게 지급한 퇴직금 규모도 희망퇴직자가 전체의 94.8%를 차지해 압도적이었는데 평균 5억 5000만원대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할 당시 은행들이 비대면 디지털화에 나서면서 행원들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반대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최근에는 기회가 될 때 상당한 퇴직금을 받고 떠나자는 인식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 은행권 희망퇴직자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퇴직자에게 지급한 퇴직금 규모도 희망퇴직자가 전체의 94.8%를 차지해 압도적이었는데 평균 5억 5000만원대에 달했다./사진=김상문 기자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국내 17개 은행(인터넷은행 3사 제외)의 '희망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희망퇴직자는 1만 7402명, 이들에게 지급된 퇴직금 규모는 약 9조 604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은행 전체 퇴직자 2만 6852명의 64.8%, 퇴직금 기준 전체 10조 1243억원의 94.8%에 맞먹는 수치다.

연도별로 2018년 2573명(희망퇴직금 1조 1314억원), 2019년 2651명(1조 4045억원), 2020년 2473명(1조 2743억원), 2021년 3511명(1조 9407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312명(2조 8283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1~7월 희망퇴직자는 1882명(1조 212억원)으로 집계됐는데, 통상 퇴직자가 연말에 몰린다는 점에서 규모가 한층 불어날 전망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367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이 2464명, NH농협은행이 2349명으로 뒤를 이었다. 

희망퇴직금을 가장 많이 지급한 은행은 한국씨티은행으로 1조 7593억원을 기록했는데 직원 1인당 8억 2600만원에 달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사업을 철수하면서 많은 행원들이 이탈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행원 1인당 희망퇴직금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 기간 희망퇴직자의 평균 퇴직금 규모는 약 5억 5200만원으로 전체 퇴직자 평균 퇴직금의 154.9%에 달했다. 임금피크제 신청자 등 은행 전체 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은 약 3억 5600만원을 기록했다.  

5대 은행을 놓고 보면 하나은행이 5억 7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 5억 6000만원, 신한은행 4억 8800만원, 농협은행 4억 7800만원, 국민은행 4억 6800만원 순이었다. 

반면 증가세를 보이던 임금피크제 신청자 수는 다소 주춤해졌다. 해당 기간 17개 은행의 임금피크제 신청건수는 총 1만 124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1365건, 2019년 1536건, 2020년 1756건, 2021년 2219건 등 매년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는데, 지난해에는 2190건을 기록하며 감소 전환했다. 올 들어 7월까지 2181건으로 집계됐는데, 다시금 증가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희망퇴직 신청건수가 임금피크제를 압도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희망퇴직은 은행들의 비대면 디지털화에 따른 점포 폐쇄 등 회사 차원의 '인력 구조조정'이 주 원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상은 희망퇴직의 조건 상향과 상당한 특별퇴직금 규모 등이 크게 작용해 행원들이 자발적으로 제2의 인생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 희망퇴직금을 '복지'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이는 법정퇴직금 외 노사 간 협의에 따라 지급되는 특별퇴직금(2~3년치 평균 연봉에 전직 지원금 등) 때문으로, 지난 6년여간 총 6조 9402억원이 지급됐다. 

다만 고금리 시기에 편승해 은행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를 통한 이익)으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 만큼, 은행이 과도한 성과금 잔치를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최근 은행권 횡령과 배임 등의 사건으로 신뢰도에 큰 문제가 생긴 만큼, 과도한 퇴직금 지급을 지양해야 한다는 평가다.

강 의원은 "계속된 천문학적 수준의 은행권 횡령과 배임 등의 금융사고로 인해 은행산업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공공재 성격을 가진 은행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을 정도의 과도한 복지지원금 성격을 가진 희망퇴직금 지급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은행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 차원에서라도 희망퇴직금을 자율경영사항이라 외면치 말고, 전체 퇴직금 규모를 과도하게 넘는 수준의 희망퇴직금 지급 은행에 대해서는 운영 현황에 대한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며 "은행업권은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로 보이지 않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에서의 희망퇴직금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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