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동결했지만 대출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될 전망인 가운데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돌아오는 대규모 고금리 예금 만기를 재유치하기 위한 은행권의 수신금리 경쟁도 대출금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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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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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동결했다. 한은은 올해 1월 연 3.25% 수준인 기준금리를 3.50%로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6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됐음에도 은행권 대출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미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면서다. 19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5.0% 선을 돌파했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국채금리와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도 따라 상승한다.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이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전날 기준 이들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6~7.134%로 집계됐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3.82%로 전월 대비 0.16%p 상승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대규모 고금리 수신상품의 만기가 올 하반기 돌아오면서 이를 재유치하기 위한 은행권의 수신금리경쟁도 대출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져 대출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올 9월 이후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의 규모는 118조원에 달한다.
은행권은 지난해 9월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자 수신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10~12월 예금은행의 평균 수신금리는 연 4%를 웃돌았다. 기준금리(연 3.5%) 수준에 머물렀던 5대 시중은행의 최고금리도 최근 연 4%대 문턱에 올라섰다.
고금리가 장기화될 전망인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무리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계를 재차 경고했다. 한은은 전날 금융통화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최종금리에 대해선 전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연 3.75%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점에 대해 경고한다"며 "여러 경제 상황을 볼 때 미국도 고금리 장기화를 말하는데 금리가 빨리 떨어질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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