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MG손해보험에 이어 KDB생명 매각도 불발되면서 보험권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두 회사 외에도 현재 롯데손해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등 잠재 매물이 산적한 상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7일 KDB생명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KDB산업은행에 전달했다.

   
▲ 사진=KDB생명


하나금융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2개월여 간 실사 작업을 진행한 끝에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는 하나금융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KDB생명의 재무안정화를 지원하는 등 매각에 상당한 적극성을 보여왔다. KDB생명이 발행한 216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했고, 지난달 18일에는 1427억원 규모의 KDB생명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KDB생명 감자를 통해 인수자의 부담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DB생명의 건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하나금융이 회사 정상화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인수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KDB생명 부채는 약 16조6210억원 규모다. KDB생명은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높은데 이전에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면 매번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KDB생명 매각 불발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6500억원에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이후 유상증자 등 지금까지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산은은 2014년부터 KDB생명 매각 작업을 벌였으나 모두 불발됐다. 특히 2020년에는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21년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해 매각이 무산됐다.

   
▲ 사진=MG손해보험


지난 5일 마감된 MG손해보험 매각 예비입찰에는 한 곳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원매자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국가계약법상 복수의 원매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입찰은 유효한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월에도 MG손보 매각을 추진했지만, 예비입찰에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것에 이어 두 번째 실패다.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것이 매각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예보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자 정리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MG손보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예보에서 진행하는 MG손보 입찰절차와 관련해 법원에 입찰절차속행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예보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인 건 유효하기 때문에 매각 절차는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JC파트너스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이에 MG손보 매각 주도권은 금융위의 업무 위탁을 받은 예보로 확정된 바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비싼 몸값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 롯데손보의 매각가는 약 2조7000억~3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2019년 롯데손보를 인수한 JKL파트너스는 그간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열중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으나 매각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따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에서 비은행 사업을 확대하거나 시장점유율을 높일 목적으로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으나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외형 확장 정책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또 현재 매물들의 경우 매각가 대비 매력도가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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