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러 왔는데 기내 면세점 이용할 이유 없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왔다하면 매장전체를 휩쓸다시피 하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덕에 ‘먹고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 산업전반에 미치는 요우커의 영향은 상당하다.

   
▲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관광객의 43%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91.1%)의 방한 목적은 쇼핑인 것으로 조사됐다/SBS방송 화면 캡처

실제로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요우커의 발길이 끊기자 항공·관광업계는 물론이고 대형 쇼핑몰부터 시장상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매출규모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정도면 ‘요우커들 덕에 먹고 산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관광객의 43%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91.1%)의 방한 목적은 쇼핑이다. 이들이 서울을 방문해 쓰는 돈은 평균 326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요우커가 특히 선호하는 쇼핑품목은 국산 화장품, 명품, 패션용품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쿠쿠 전기밥솥, 휴롬 착즙기 등 전자제품과 분유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시내 면세점 관계자는 “요우커들이 관심품목도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국산화장품이나 명품, 패션용품에서 성장세가 두르러졌다면, 최근에는 전자제품이나 아기 분유 등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도 지난해 시내 면세점과 항공 면세점이 두 자릿수 고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큰손’들의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시내 주요 면세점 가운데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각각 4조2000억원, 2조6123억원의 매출규모를 달성했다. 이는 2013년에 비해 롯데는 16~18%, 신라는 25.2% 성장한 수치다.

인천공항의 면세점 역시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만 각각 1조320억원과 8990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요우커의 국내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기내 면세점 이용은 시내 면세점과 공항 면세점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요우커들이 서울을 방문하는 목적이 쇼핑인데 굳이 기내 면세점을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며 “또한 기내 면세점 품목은 한정돼 있어 요우커들의 쇼핑욕구를 채우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 항공사의 기내 면세점 매출규모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내·항공 면세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합한 기내 면세점 매출규모는 3000억원을 겨우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기내 면세점 매출 규모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기내 면세품목이 화장품이나 주류 등으로 한정된 이유는 액체류에 대한 높은 마진 때문인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요우커를 겨냥한답시고 ‘부피만’ 큰 상품을 판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