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설계 두고 입장 차 '첨예'
'책임공방 확대'는 경계…"입주민 지원 우선" 한 목소리
[미디어펜=김준희 기자]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설계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GS건설의 입장 차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LH는 ‘GS건설이 일방적으로 설계를 변경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GS건설은 ‘LH로부터 승인받은 도면을 토대로 시공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GS건설 CI./사진=각 사


20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의 무량판 설계변경 관련 보도에 대한 참고자료에서 “장기간 입주지연을 초래하게 한 주거동 전면 재시공의 근본원인은 설계상 문제가 아니라 시공사인 GS건설이 시공한 주거동의 콘크리트 강도 부족 때문”이라고 밝혔다.

LH는 “대한건축학회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주거동 내벽 압축강도는 기준 대비 평균 80% 정도로 크게 미달됐고 3곳은 재건축 수준인 ‘D등급’으로 판명난 바 있다”며 “이러한 콘크리트 강도 부족 원인은 시공과정에서 다짐 및 양생불량 등에 따른 시공사의 시공불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논란이 된 지하주차장 무량판 설계 오류 역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R) 사업방식에 따라 GS건설이 설계에 참여해 공법을 제안하고 설계에 대한 설계감리 용역비를 공사로부터 제공받아 주도적으로 검증하고 시공했다”고 덧붙였다.

LH는 “인천 검단 아파트는 시공사가 실시설계단계부터 참여하는 사업방식으로 GS건설은 설계와 관련해 폭넓은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며 “이번 사업을 일반적인 아파트 건설사업과는 참여자 간 권한·책임구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 설계 또한 LH 승인 없이 GS건설이 일방적으로 변경해 시공했다는 주장이다.

LH는 “지하주차장은 지난 2020년 7월 최초 계획 시 무량판 구조로 입안됐으나 GS건설이 같은 해 10월 입찰 시 기둥식(라멘) 구조로 제안했고 설계의 적정성, 경제성을 심사하는 LH 내부 위원회인 VE 심사위원회에서는 기둥식 구조로 최초 승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에 따라 GS건설은 VE 심사위원회 결정사항을 준수해 설계도서를 작성해야 하며 이를 변경하려면 LH의 사전승인을 득해야 한다”며 “그러나 VE 심사위원회 이후 GS건설에서는 지하주차장 구조 형식에 대한 공식적인 변경 요청 없이 일방적으로 ‘무량판+라멘 혼용구조’로 도면을 작성해 2021년 5월 7일 LH에 납품했다”고 부연했다.

또 “시공사인 GS건설이 정상적으로 VE 변경신청을 했더라도 구조변경에 따른 설계금액의 변경이 없고 혼용구조 방식 자체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LH가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LH는 “즉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은 무량판 구조 변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서 발표했듯이 설계상 하자와 시공상 오류 등으로 인한 철근 누락, 조경공사 설계하중 초과, 콘크리트 품질 저하 등에 따른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LH는 입주민 입장에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GS건설이 조속히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LH 역시 입주민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LH의 이번 발표에 대해 GS건설 측은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우선 GS건설은 LH에서 주장하는 무량판 구조 변경과 관련해 “실시설계 과정에서 설계사가 LH로부터 (‘무량판+라멘 혼용구조’로 변경된) 설계도서에 대해 승인을 받아왔고, 저희는 해당 도면을 토대로 시공을 진행한 것”이라며 “GS건설이 일방적으로 지하주차장 구조를 변경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시공사는 설계에 대한 권한이 없다”며 “CMR 사업방식 특성에 따라 시공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설계에 일부 참여는 하지만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일 뿐, 설계에 대한 전적인 권한은 설계사와 발주처인 LH에 있다”고 해명했다.

CMR 사업방식에 있어 시공사의 설계 관여 수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GS건설은 이번 사태가 양사 간 책임공방으로 확대되는 것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GS건설 관계자는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입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서로 간의 책임공방보다는 합의를 통해 현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입주민들의 거주 문제 등을 해결해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LH 또한 입주민에 대한 지원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했다. LH 관계자는 “GS건설과 본격적인 책임공방이라기보다는 ‘전면 재시공’을 선언한 만큼 보다 책임감을 갖고 입주민 보상 및 지원 등에 임해달라는 차원”이라며 “입주민들의 거주 문제 등이 시급한 만큼 이에 대한 해결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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