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검찰이 영풍제지 주가조작 혐의로 총 4명을 구속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수사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지만, 이미 거래정지된 영풍제지‧대양금속 소액주주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뒤늦게 강경한 조치를 취한다 한들 사전감시가 느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힘들어진 셈이다.
22일 검찰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영풍제지 폭락 사태가 ‘주가조작’ 스캔들로 번지며 여파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등이 하한가를 기록하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주가조작 일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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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장 마감 뒤 ‘영풍제지 종목에 대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이날까지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후 영풍제지와 대주주 대양금속 주가는 검찰 압수수색 다음 날인 18일 나란히 하한가로 폭락했다. 19일부턴 한국거래소에 의해 거래가 정지됐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모든 사정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국엔 주가조작 세력이 검찰에 의해 긴급 체포되자 공범 등 관련자들이 주식 투매에 나서면서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 19일 윤모 씨 등 일당 4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20일엔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돼 4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현재까지 파악한 주가조작 세력 외에 추가로 개입한 이들은 없는지 수사를 확대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풍제지는 올해 초 대비 지난달 주가가 거의 10배 가까이 치솟았다가 지난 18일 돌연 하한가로 직행했다. 영풍제지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대양금속 주가도 같은 날 29.91% 급락한 2250원에 거래를 끝냈다.
문제는 지난 4월 국내 주식시장이 ‘라덕연 사태’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사건을 통해 주가조작범들의 수법이나 패턴이 어느 정도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영풍제지‧대양금속의 이상징후를 끝내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종목 모두 주가가 계단식으로 꾸준히 올랐고, 이는 라덕연 사태에 연관된 종목들의 주가 추이가 매우 유사하다. 유통주식 물량이 적고 공매도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증권가 파장은 이미 심상치 않다. 일례로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장 마감 뒤 ‘영풍제지 종목에 대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이날까지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심지어 영풍제지에만 대규모 금액으로 미수를 사용해 매매를 한 계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가조작범들이 키움 계좌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키움증권이 이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회사의 리스크 관리능력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키움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호평을 받았지만,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분위기가 급랭한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들의 경우 영풍제지에 대한 미수거래를 사전에 막아뒀기 때문에 키움 측의 미흡한 대처가 더욱 부각돼 보이는 점이 있다”면서 “키움증권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관리 능력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