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4일 마포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현안세미나를 개최했다. 자유경제원은 8월 사옥을 마포로 옮기고 세미나실의 이름을 리버티홀(Liberty Hall)로 명명한 바 있다. 이날 열린 리버티홀 개관 첫 세미나의 주제는 <민주주의 발상지 그리스:민주주의발 디폴트가 한국에 주는 교훈>으로 민주주의 발상지로 추앙받던 그리스가 결국 민주주의 실패로 디폴트 사태에 이르게된 원인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김인영 교수(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는 그리스 사태의 원인을 단순히 상류층 탈세와 부정부패에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 좌파매체의 보도에 대한 비판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그들이 말하는 단순 계급갈등적 프레임과 달리 그리스 디폴트는 ‘무상’이라는 달콤한 거짓 약속을 일삼은 정치권과 방만한 공공부문 운영, 그에 길들여진 국민 전체의 부패 때문이라고 일침했다. 김 교수는 진영논리에 함몰돼 그리스 사태를 우리의 반면교사로 삼는 것조차 방해하는 좌파매체의 보도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와 같은 망국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국가재정 관리 및 부채 관리를 위한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밝히며 국가 재정 관리 시스템화를 위해 ‘페이고(PayGO)’제도의 도입, 부채 상한 설정, 재정준칙 법제화로 균형재정을 제도화 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국민들의 인식이 도덕과 법에 바탕을 두고 깨어 있을 때 그리스 사태와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 글은 김인영 교수의 '그리스로부터 배우는 교훈 -좌파 언론의 오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
|
|
|
▲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
1. 최근 좌파(진보) 신문, 잡지, 인터넷 매체들이 그리스의 경제위기에 대한 우파의 진단을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우파 언론 매체가 그리스 사태를 ‘복지천국 그리스’의 경제위기로 몰고 가는데 그리스는 ‘복지천국’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 대표적인 주장은 『시사인』 409호(2015년 7월 18일)의 특집 “복지 탓이라고? 아니거든요 - 게으르다고? 독일보다 687시간이나 더 일했는데?”과 『미디어스』의 “경제상식 무시한 조중동, ;복지천국 그리스‘라는 편협한 프레임”(2015년 7월 16일)이다.
2. 그런데 좌파 매체의 분석 기사가 늘 그러하듯이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attack a straw man)로 비난하고 있다.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란 상대방의 입장과 유사한 환상을 만들어 내고, 그 환상을 반박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입장과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을 곡해하여 허수아비를 만들어 공격 함으로써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이다. 당시 진행되고 있던 노동개혁과 공무원 개혁을 반대하고 노조 편을 드느라 사실을 왜곡해 자신들의 프레임에 끼워 맞췄기 때문이다.
3. 『시사인』과 『미디어스』의 기사가 우파의 왜곡 기사라고 문제 삼은 것은 『동아일보』(2015년 7월 2일) 사설 “철밥통 공무원 개혁 못해 국가부도 맞은 그리스 비극,” 『중앙일보』(2015년 7월 2일) 사설 “정부·국민이 자초한 그리스 국가 부도”, 『조선일보』(2013년 1월 4일) “그리스 공무원 철밥통 깨져...올해 2만 5000명 감원” 등이다.
좌파 매체 분석 기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공공부문의 비대화’도 ‘과잉 복지’도 아니면 그리스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다. 그리스 사태가 유로존에 가입해 통화정책에 묶여 있어서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거나 “그리스의 제조업은 유로존 설립 이후 경제 강국 독일, 프랑스 등의 상품이 밀려들어오면서 초토화 되었다.”, “긴축은 지난 5년 동안 그리스 GDP를 25%나 축소시켰을 뿐 산업 고도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처방이다”라고 채권단의 요구를 비난한다. 그리스가 산업 고도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채권단의 긴축 요구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산업 고도화 실패와 채권단의 긴축 요구의 상관관계를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그리스가 위기를 맞아 잘못된 것은 남 탓이다. 그리스 잘못은 어디에도 없다는 식의 강변이다.
앞에서 언급된 그리스 사태에 관한 기사들의 비판의 핵심은 그리스 경제의 기초 체력에 합당하지 않은 정부(공공부문)의 지출이다. 그러면서 공무원 수당과 연금 등에 과도한 지출(복지 포함)을 문제 삼았다. 한마디로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그리스 공무원 철밥통 깨져...올해 2만 5000명 감원”의 기사는 그리스 정부가 외국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공무원 수를 2만 5000명가량 줄이기로 결정했다는 것, 국외 채권단 트로이카가 2차 구제금융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에 2014년까지 115억 유로(약 16조 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감축하라고 요구 했다는 것, 그리고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그리스 노동인구 4명 중 1명(85만명)은 공무원이다, 그리스 정부는 이들에게 주는 월급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3%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4년부터 5년 동안 실업률을 낮추려고 7만 5000명을 더 뽑은 탓이다.”라고 보도했다.
『시사인』과 『미디어스』의 기사는 위의 기사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하면서 EU 통계에 다르면 2014년 그리스의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중이 49.3%라고 하면서 30% 정도인 한국에 비하여는 높지만, ‘공공부문이 강한 유럽’에서는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그리스를 변호한다. 그러면서 ‘GDP 대비 정부 지출’이 독일은 43.9%, 네덜란드는 46.6%, 프랑스는 57.2% 수준임을 예시하며 그리스 정부를 방어하고 있다.
그리스 사태의 핵심을 분석하는 공정한 기사라면 제조업이 튼튼하고 재정이 견실한 독일, 네덜란드도 43.9%, 46.6%인데 이들 나라보다 약한 재정과 관광서비스업 중심의 허약한 경제 체력을 가지고도 그리스는 49.3%나, 거의 50% 가까이 공공부문에 썼다고 비판했어야 했다. 49.3%의 지출도 2009년 재정위기 이후 줄이고 줄인 것이 그 정도라고 말했어야 했다. 그리고 유럽의 공공부문의 지출이 비유럽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 유럽경제 노쇠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어야 옳다.
그리스와 같이 외부 경제에 민감한 관광 등 서비스업이 90%에 해당하고 그리고 재정도 튼튼하지 못한 나라가 GDP의 50% 이상의 공공부문 지출을 20년 이상 지속한 것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라고 지적했어야 했다. 도리어 다른 유럽국가들 보다 그리스 재정 지출 규모가 과도하게 높지 않은 것이라고 변명하면 이미 ‘재정 위기’를 맞은 국가를 재정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이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 다.
|
|
|
▲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그리스의 미래는 험난할 것이며 가혹한 재정적 조치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의 말은 다가올 그리스의 비극적 결말을 예언하는 말처럼 들린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
4.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를 읽어 보면 조선일보는 『파이낸셜타임즈』(FT)를 인용한 것이다. 그러면 FT가 틀린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시사인』과 『미디어스』도 보도하고 있듯이 공공부문 고용인원 비중이 2009년 22.18%라면 많게는 4명중의 1명, 적게는 5명중의 1명이 공무원인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의 연금 총소득 대체율이 95% 이상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2003~2010년 “7년 남짓”에 불과하다고 이제는 더 이상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사설의 총소득 대체율 95% (『중앙일보』는 98%) 지적은 “7년 남짓” 정도 지속되었지만 맞는 수치이며 논지의 핵심은 재정 위기 직전까지 자신의 곳간(재정) 사정에 맞지 않게 과다하게 지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사인』과 『미디어스』의 기사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라고 강변하는데 그리스와 다른 OECD 회원국 간에는 상당한 경제 체력의 차이가 있음에도 그것을 무시하고 동일한 수준의 연금을 지급한 것은 재정에 큰 부담이 되어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간과한 것이다.
계속해서 『시사인』은 2013년 OECD 자료를 제시하며 그리스인이 연 2,060 시간이나 일하므로 “독일인보다 687시간이나 더 일했다.” 그리스인은 게으르지 않다고 강변한다. 노동시간이 멕시코는 연 2,237 시간, 한국은 연 2,163 시간, 그리스는 연 2,060 시간, 칠레는 2,015 시간 일을 하므로 그리스는 세계 3위로 노동시간이 아주 많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우파의 그리스 위기에 대한 지적을 잘 못 파악하고 허수아비를 때리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길면 무슨 소용이 있나?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자리를 지키는 장시간의 노동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 노동생산성이 문제이지 하는 일도 없이 자리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소련에서는 완전 고용 달성과 노동을 주기 위하여 호텔 매층마다 메이드를 배치하고 메이드에게 방 열쇠를 받게 하였다. 과거 중국에서는 엘리베이터마다 도움을 주는 여성이 서 있었다. 이들도 긴 노동시간에 월급을 또박 또박 받게 된다. 시간 낭비고 재정 낭비였다.
OECD 평균 근로시간이 1,770 시간이지만 독일은 1,363 시간, 덴마크는 1,438 시간, 미국은 1,788 시간이지만 노동 강도와 노동생산성이 높고 노동윤리(work ethic)가 정착되어 있다는 점이 그리스와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어야 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제발 더 일하고 덜 놀라”고 한 것은 노동 시간뿐만 아니라 노동의 태도, 노동생산성도 언급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시사인』도 지적하듯 이 “그리스인들의 노동생산성은 2007년 현재 유로존 평균(36유로)의 3분의 2 정도 인 21.5 유로에 그친다”고 했다. 놀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것은 모든 그리스인을 게으르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노동계의 노동윤리를 말함이며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필요함을 지적한 것이 아닌가?
5. 2013년 5월 1일 The Independent 는 퇴직하는데 2년이 걸린 교사의 사례를 매우 흥미롭게 보도하고 있다. 36살의 컴퓨터 교사 알렉스 크리스토돌로우(Alex Christodoulou)는 스마트폰 앱 사업을 시작하고자 교사직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정작 사직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받아들여지기까지 2년이나 걸렸다고 했다.
첫 1 년은 사직서 제출로 조건 좋은 연금을 잃을 수 있으므로 내년까지 사직을 기다리 라는 친절한(?) 말을 담당자에게 들었으며 사직서 수령을 거부당했다는 것, 그래서 강제 면직을 당할 수 있는 21일 연속 결근 이상인 2달 결근을 단행했지만 기율위 원회(a disciplinary board)에 출석해야만 했고, 기율위원회가 개최되는데 또 수개 월 기다려야 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2년을 걸려서 사직을 얻어낸 교사(공무원) 크리스토돌로우씨는 마지막에는 그리스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자신을 재고용한 뒤 해고하여, 그리스 채권단에 제출할 ‘해고 공직자 명단’에 포함시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리스는 수십 년 동안 공무원 자리를 투표에 대한 보답 (return for votes)로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비경제적이고 몸집만 커서 비효율적인 (expensive and grossly inefficient)인 관료를 개혁하기 어려우니, 도리어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쉬울 것이라고 결론을 짓고 있다.
6. 좌파 언론들이 공무원 연금개혁을 반대하며 측면 지원하느라고 그리스 위기가 ‘과도한 복지 수혜’ 때문이 아니라고, 게을러서도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허수아비 때리기’식의 비판이었다. 실제 비판은 핵심은 그리스 경제 기초체력에 걸맞지 않는 또는 재정 수준에 맞지 않는 과다한 공공지출 (복지비용 포함)이 재정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이었는데 이에 대하여는 제대로 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 것이다.
7. 그러면 그리스 사태로부터 한국이 얻어야 하는 교훈은 무엇인가?
(1) 첫째, 제대로 된 정치가 중요하다. 정치는 쉽게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국민을 구 렁텅이에 빠뜨릴 수도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라는 그리스 비극의 시작은 선거를 통한 정치인과 국민 간의 ‘악마의 거래’(devil's deal)였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고자 국민들에게 더 많 은 복지와 공무원(교사 포함) 고용 약속, 연금 지급으로 표를 구매(purchase)하 였고, 국민들은 더 많은 공짜 약속에 자신들의 표를 판(sale) 것이다. 정치인들은 '무상'(공짜)이라는 달콤한(sweet) 거짓 약속을 했고, 그리고 부족을 감추고자 회계조작으로 유럽은행에서 돈을 빌려다 흥청망청 국민에게 나누어준 것이었다. 국민에게 나누어 준 대신 자신들은 정권을 얻어 특혜와 특권으로 축재를 하였다. 이렇게 그리스 사태 책임에는 정치인, 국민, 고위 공무원, 하급 관료 모두 개입되 어 있다.
그리스의 보수정당인 신민주주의당(ND, New Democracy Party)과 중도좌파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이 1981, 1989, 1993, 2004, 2009년 번갈아 집권하게 된다. PASOK이 먼저 교사 임용과 은행원 고용을 정치화 했다. 그 뒤 양 정당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공공부문에 공무원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매 선거때마 다 상대당이 정치적으로 임명한 사람들을 들어내고 자신의 사람들을 앉히려 했으나, 그리스의 강력한 공공부문 노조는 공공 노동자에 대한 임기 보장을 얻어 냈다.
따라서 새로이 정권을 잡게 되면 공무원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게 되었고 공무원의 질은 점점 저하되었다. 1970년에서 2009년 기간 공무원의 수는 5배 늘었다. 그리고 공공부문의 팽창은 예산 부족과 부채의 증가를 가져왔고 이는 그리스 재정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약 1,100만명의 인구에 공무원의 수가 70~75만 정도나 되었고 보너스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임금은 민간부문의 1.5배였다.
따라서 마구잡이로 공무원으로 임명이 되었고 ‘정부의 질’(quality of government)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리스인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었고,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세금을 회피하였다. 때문에 그리스의 지하경제는 적어도 GDP의 29.6% 정도가 되었다.
|
|
|
▲ 선거를 통한 정치인과 국민 간의 ‘악마의 거래’(devil's deal)는 그리스 재정위기이든, 아르헨티나 외환위기이든 모든 위기(비극)의 출발이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
한국의 좌파 매체들은 그리스 위기의 원인을 상류층의 탈세에 집중하여 대기업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그리스 부패와 탈세는 정치인들과 고위 공무원, 그리고 상류층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중하위 공무원까지 사회 전반에 퍼진 것이었음을 간과하고 있다. 결국 그리스 정부는 부패와 무능으로 세금을 확보하지 못하였고 이는 재정 위기를 초래했고 또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이 되고 있다.
결국 그리스 재정위기를 초래한 사슬의 시작은 민주주의의 정치에 반드시 필요한 선거 때문이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이지만 선거에서 정치인(정당)과 국민이 표를 팔고 사는 경우 나라는 망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2번의 선거, 즉 제20대 총선이 2016년 4월 13일, 제19 대 대선이 2017년 12월 20일에 치러진다. 공짜로 무엇을 주거나 늘려주겠다는 사기꾼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 않는 성숙한 국민 의식을 발휘해야 함은 그리스 정치가 주는 교훈이다.
(2) 둘째, 철저한 국가재정 관리 및 부채 관리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국가재정 관리 시스템화를 위해 ‘페이고’(PayGo) 제도의 도입, 부채 상한 설정, 재정준칙 법제화로 균형재정을 제도화해야 한다.
1981년 그리스 국가부채는 GDP 대비 26.7%였지만 파판드레우 총리의 등장과 함께 8년 만인 1989년에 GDP 대비 국가부채가 60%로 급등, 30년 만에 170%로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 현재 국가부채는 공식적으로는 37.5%이지만 공기업 부채와 지방자치단체의 숨겨진 부채를 고려한다면 재정위기를 우려해야 하는 수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정치와 선거가 대규모 선심성 공약으로 표를 얻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부채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나아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수십년간 지속된 저성장 추세는 세수 증가의 둔화를 가져왔는데 거기에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의 증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손실 충당, 공기업 부채 및 지방자치단체 공사의 부실 증가로 부채의 늪에 빠진 상태이다.
이는 지난 7월 24일 통과된 11조 5639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거의 절반인 5조 4000억 원인데 세입 부족분 보충에 충당됨에서 알 수 있다. 포괄적 국가부채 개념으로 계산한다면 “2013년 현재 GDP 대비 106.5%이며 2017년에는 113.2%까지 증가할 것”이므로 이미 국가부채 수준은 결코 낮은 수준도 아니고 경계해야 할 수준이다. 거기에 남북한 통일과 같은 불가피한 외적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 통일비용의 증가로 국가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것이다.
(3) 셋째, 민영화 등을 통한 공공부문의 축소가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하 며, 공무원의 증원은 그리스식으로 망하는 길임을 널리 알려야 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90% 이상이 공무원 시험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취업준비생 35%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량진에는 물고기보다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집단)이 더 많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꿈이 공무원인 나라는 대개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로 잘되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이미 작년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을 가지고도 정부는 앞으로 공무원을 더 늘리고자 한다. 공무원이 늘면 공공부문의 비용 증가, 방만한 운영과 해이는 기본이고 거기에 더해 규제가 늘고 사회적으로 부패가 증가한다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7월 27일 발표한 ‘청년 고용 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보면 그 핵심은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고용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물론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종합대책’대로 된 적도 없고 되지도 않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대로 된다면 그리스로의 길을 가는 것이다. 재정위기 이전 그리 스는 선거에서 승리한 후 보상과 보답으로 공공일자리를 늘렸다.
그 시작이 교사의 증가였다. 그리고 공무원의 증가로 이어졌다. 늘어난 공무원을 처리할 수 없어서 유령에 가까운 하는 일 없는 기관들이 만들어졌다. 왜,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늘리지 공무원을 늘렸는가? 그리스에는 자본주의가 늦게 이식되었고 기업가 정신이 자리 잡지 못했다. 그래서 일자리를 창출할만한 기업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제조업이 취약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했지만 선거 보답은 해야 했다. 그래야 다음의 선거에서 또 승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을 늘린 것이었 다.
정확히 지적하면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용 70% 달성’의 공약의 덫에 걸려 있다. ‘청년 고용 절벽 해소 종합대책’의 핵심은 손쉬운 공공일자리 창출이다. 내용은 2017년까지 총 1만 5000명의 교원을 신규 채용하는 것이다. 인구 감소로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이 줄고 있는데 그래서 대학은 정원 축소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교사를 늘리겠다는 정책의 추진이다. 물론 명예 퇴직 교원을 연간 2000명 씩 더 늘리겠다고 한다, 명예퇴직이 정부가 예상하는 대로 늘지 않는다면에 대한 대비는 없다. 그리스도 공무원 증원의 시작은 교사 증원이었음을 기억하면 그리스와 한국이 그다지 다른 길로 가지 않는다.
또 ‘청년 고용 절벽 해소 종합대책’에는 간병인을 포함한 포괄의료 서비스 제도를 확대해 2017년까지 1만 명의 간호사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스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간호 인력을 늘렸다. 그리하여 그리스는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데 과잉 고용되었고, 그 때문에 2014년 3월 간호원(nurse) 4명 중 1명은 실직 되었고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외국에 간호원 일자리 찾기 엑소더스(exodus)로 외국 일자리 구직 지원자가 1052% 증가했다고 한다.
(4) 넷째,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 강화의 중요성이다.
그리스는 제조업 비중이 5.7%이고 관광 및 해운업 등 서비스업이 90%라고 한다, 그리스는 경제를 회복시키고 싶어도 경제 회복을 이끌 산업이 제대로 없고, 외채를 갚고 싶어도 외채를 벌어올 제조업이 취약하다. 동서독 통일 이후 독일 경제의 부흥을 이끈 것도 독일의 제조업이었다. 우리도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를 극복으로 이끈 핵심 견인차의 역할을 한 것은 제조업이었다.
그런데 최근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보면서 한국판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의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네덜란드에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환율이 하락하고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던 것과 같이 원화가치 상승으로 제조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출감소세 가 이어지는 최근의 한국경제 부진을 불안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3조 적자, 대우조선해양 3조 손실 등 조선업뿐만 아니라 전자·자동차· 기계·석유화학 산업도 내리막으로 달리고 있다. 노동개혁으로 노동생산성에 맞는 임금을 주고 고용유연성을 확보하지 않고는, 대규모 규제 철폐로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고서는 지금 우리의 경제적 호사와 풍요는 조만간 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리스처럼, 아니 그리스로 가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결론은 국민이 깨어야 한다. 정치권은 그리스 사태를 보면서도 현재 2016년 제20 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과 국회의원 정수 늘리기, 공천권 확보를 위한 정개 개편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12월 19대 대선을 준비하는 잠룡은 셀 수 없이 많고 그들의 목소리는 크다. 단, 그들에게 대한민국 앞으로 10년 20년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 미래 비전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국민이 정신 차려 위기에 강한 국민성을 발휘하고 포퓰리즘적 정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시민성 (citizenhood)을 견지해야 한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