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를 노예로 아는 근성은 어디서 나왔냐”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택배차 아파트 진입금지로 택배기사들이 배달을 거부한 이른바 ‘착한반송’ 사연이 알려지면서 “택배기사를 상대로 갑질한다”는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택배차 아파트 진입금지로 택배기사들이 배달을 거부한 이른바 ‘착한반송’ 사연이 알려지면서 “택배기사를 상대로 갑질한다”는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신축 아파트 가운데 지상 주차장을 없애고 그 공간을 녹지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택배차량 출입을 막는 곳이 있어 아파트 측과 택배업체 간에 종종 갈등을 빚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최근 SNS를 통해 ‘착한반송’ 사연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금에서야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당시 잠실의 모 아파트에서 안전상의 문제로 택배차 진입을 금지시키면서 택배업체에서는 고육지책을 마련해가며 배송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입구 높이는 2.3m가 보통인데 2.5톤 트럭만 해도 이 높이를 넘는다. 지하주차장으로는 택배차량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배송할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택배기사들의 말 못할 고충이 더해지고 있다”고 했다.  

모 택배업체는 배송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일정 시간대를 정해 배송차량이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아파트 측에 요구했으나, 이 마저도 거부당했다. 이후로는 무인 택배함이나 경비실에 맡기는 방식으로 배송업무를 진행했지만, “택배를 문 앞까지 배송하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고객의 불만전화가 온종일 쇄도했다.

고객 불만이 잇따르자 이 업체는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아예 지하주차장을 통과할 수 있는 차량으로 바꿔 배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차량을 교체할 여건이 안 되는 업체에서는 아파트 인근에 택배차량을 세워두고, 수레를 이용해 배송하는 곳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택배차 진입거부를 옹호하는 아파트 입주민이 카페에 올린 글에 따르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지상에는 차가 없고, 그 공간을 녹조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조건을 보고 분양을 결정했다. 따라서 차량출입을 불허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만약 차량출입을 허용한다면 전 시공사와 협의회,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고소고발 하겠다고 했다.

택배차량이 아파트에 진입하는 것은 거부하면서도 택배는 문 앞에서 받겠다는 것은 도를 넘은 ‘이기주의’라는 지적과 함께 택배기사들의 고된 업무로 인한 고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택배기사 10년차인 A씨는 “최근에는 택배기사를 사칭한 범죄들이 넘쳐 나다보니 택배왔다고 벨을 누르면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눈길을 보내는 고객들도 더러 있어 씁쓸하다”며 “배정받은 배송업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시간에 쫓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일을 겪을 때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또 그렇지 못한 현실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찜통더위를 떠나서 보통 저런 아파트를 최소 10동 이상 차 없이 배송하려면 반나절 이상 시간이 걸리는데, 택배기사를 상대로 갑질한다 ”, “택배비 2500원 내는 주제에 택배기사를 노예로 아는 근성은 어디서 나왔냐”, “차량은 거부하고 택배는 문 앞에서 받겠다는 건 이기주의 끝장판”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