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인터넷은행권이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금리를 최저 연 4% 초반대까지 떨어뜨리며, 적극적인 모객에 나서고 있다. 고신용자 대출금리가 최저 연 6%대를 형성하는 것과 사뭇 대조적인데, 일부 은행은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 금리격차가 2%포인트(p) 이상 발생했다.
최근 미 국채금리 상승세를 비롯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금융(은행)채 금리도 4%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은행들이 조달금리에도 못 미치는 금리를 제시하며 포용금융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식 영업에 나서는 모습인데,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당부가 은행들의 성장에 족쇄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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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은행권이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금리를 최저 연 4% 초반대까지 떨어뜨리며, 적극적인 모객에 나서고 있다./사진=각사 제공 |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 중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연 4% 초반까지 내려왔다.
우선 카뱅이 이날 공시한 신용대출(금융채 3개월물) 금리는 연 5.456~8.608%, 중신용대출(KCB 기준 860점 이하, 3개월물) 금리는 연 4.044~15.000%에 각각 형성돼 있다. 두 상품 간 상단금리 격차는 당연히 중신용대출이 압도하지만, 하단금리의 경우 일반 고신용대출이 중신용대출보다 약 1.4%포인트(p) 이상 높다.
카뱅의 중신용대출 금리인하는 10월에만 이날까지 총 두 차례 이뤄졌는데, 지난 5일 0.5%p에 이어 이날 최대 0.75%p를 각각 인하했다.
앞서 케뱅도 지난달 1일 중·저신용대출인 '신용대출플러스' 금리(금융채 6개월물)를 최대 1%p 추가 인하했는데, 이날 현재 연 4.36~15.00%에 고시돼 있다. 일반 고신용자가 받는 신용대출 금리(KORIBOR 연 3.93% 기준)는 이날 현재 연 6.96~15.00%에 육박한다. 금리하단을 기준으로 중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금리혜택을 약 2.60%p 가량 누리는 것이다.
토뱅의 경우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연 6.04~15.00%에 형성돼 있어 나머지 두 은행처럼 금리 역전현상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카뱅과 케뱅에서 신용점수에 따라 금리역전이 발생한 것인데, 최근 금융채 금리 추이를 고려하면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공시에 따르면 지난 30일 금융채(무보증, AAA) 1년물 금리는 4.149%, 6개월물은 4.074%, 3개월물은 3.940%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1년물은 지난달 15일부터, 6개월물은 지난 4일부터 각각 4%를 돌파한 상태다. 3개월물도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사실상 채권금리에 가산금리를 매우 미미하게 덧붙이는 식으로 보이는데, 은행 조달금리를 고려하면 역마진을 방불케 한다. 일각에서는 중·저신용자에게 반영할 가산금리를 고신용자에게 전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카뱅의 경우 고신용자에게 가산금리를 연 1.523~4.675%p 반영한 반면, 중신용자에게 연 0.111~11.067%p를 부여하고 있다. 케뱅도 고신용자에게 가산금리를 연 3.03~11.07%p 부여한 반면, 중신용대출자에게 연 0.28~10.92%p를 반영했다.
이 같은 금리 왜곡현상을 두고, 업계는 금융당국이 설정한 '포용금융 목표치'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3사는 올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로 카뱅 30%, 케뱅 32%, 토뱅 44%를 각각 계획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목표치 성과는 카뱅 28.4%(8월 말), 케뱅 24.0%, 토뱅 38.5%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장기화되는 고금리 여파로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첨예화되고 있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의 8월 말 신용대출 연체율은 평균 1.30%로 지난해 말 대비 0.5%p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금융권 은행의 연체율 0.43%와 견줘 약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더불어 고신용자 대상 역차별 논란도 여전하다. 대출자격요건만 보더라도 카뱅의 경우 일반 신용대출은 연소득 3500만원 이상을 기본으로 삼는 반면, 중신용대출은 신용점수가 KCB 기준 860점 이하이면서, 연소득 2000만원 이상인 자로 규정하고 있다.
케뱅도 연소득 2000만원 이상인 근로자 중 KCB 기준 신용평점 상·하위 50%에 따라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로 나누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 결정의 바로미터인 '신용도 관리'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고신용자를 기준으로 최저 연 5%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4% 금리를 제시하는 건 이례적이고 정상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포용금융) 목표치 달성에 연연하면서 대출의 원칙이자 기준인 신용점수가 무의미해졌다"며 "단순히 은행이 금리를 내렸다는 것 이상으로 당국 스스로 사회적 신뢰 자산을 갉아먹는 행위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3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포용금융에 적극 매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장기화되는 고금리로 신용대출 수요가 잠잠한 만큼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용대출 잔액이 늘어난 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취급액이 따라오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목표치가 잔액에서 중·저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야 하는 구조다보니, 고신용자는 막고 중·저신용자는 더 흡수해야 한다"면서도 "신용도와 무관하게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하면 좋은데 불가능하다. 연말 목표치를 고려해 고신용대출 접수를 모니터링하며 일부 제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올해 목표치는 초저금리 시기였던 2021년 상반기 때 은행을 소개하며 냈던 것인데 시장 분위기가 너무 급변하지 않았느냐"며 "그동안 당국에 대출잔액 대신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개선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는데 별 소식이 없다. 여기에 충당금 이슈도 해결해야 하다보니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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