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잠수함 수주를 노린다. 캐나다, 폴란드 등에서 잠수함 신규 발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화오션과 HD현대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화오션은 수주를 위해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HD현대는 협력을 강화해 수주를 따낸다는 전략이다.
|
|
|
▲ 국내 첫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사진=국방부 제공 |
◇캐나다·폴란드·필리핀에서 잠수함 발주…70조 원 규모
31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에서 잠수함 도입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해군은 해상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3000톤급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할 계획이다. 사업 규모만 60조 원에 달한다.
폴란드는 신형 잠수함을 최대 4척 도입할 계획이다. 오르카(Orka)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사업은 규모가 8조 원대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기술 이전을 포함해 2034년까지 잠수함을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필리핀도 잠수함 2척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필리핀은 잠수함을 운용한 적이 없지만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놓고 갈등이 커지자 잠수함을 도입해 전력화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은 잠수함 도입에 3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계도 잠수함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글로벌 잠수함 수주에 나서고 있는 조선사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다. 양사는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 예비입찰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놓고도 일본 조선사와 경쟁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가 잠수함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은 방산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국방력 강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방산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그동안 방산 부문은 국내 해군에서 수주한 사업이 대부분이었는데 수출을 늘려 방산 부문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방산 부문에서도 잠수함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의 최근 신조선가가 1척당 약 3600억 원인데 잠수함은 1척당 최대 2조 원에 달한다. 또 잠수함은 꾸준히 유지·보수가 필요해 인도 이후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잠수함 수주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의 잠수함 기술력도 다른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왔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에서 수주에 성공해 기술력을 인정받게 된다면 향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사진=한화오션 제공 |
◇한화오션, 투자 확대…HD현대는 협력 강화
양사의 잠수함 수주를 위한 전략을 살펴보면 먼저 한화오션은 해외 잠수함 수주를 위해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방산기술연구센터를 통해 잠수함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장비 국산화 및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연구·개발을 통해 잠수함의 기술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장보고-III Batch-II 3000톤급 잠수함은 세계 최장 잠항 능력을 자랑하는 디젤 잠수함이다. 공기가 필요 없는 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전지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잠수함으로, 최대 3주간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아도 잠항할 수 있다. 또 수직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어 무장능력도 더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투자가 완료되면 2029년부터 한 해에 잠수함 5척을 건조할 수 있게 된다.
HD현대중공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 강화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영국의 방산기업인 밥콕과 캐나다 수출용 잠수함 사업을 위한 기술협력합의서(TCA)를 체결했다. 이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위해 양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다.
또 HD현대중공업은 잠수함 수주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권식 HD현대중공업 특수선영업담당 상무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는 국가 대항전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팀 코리아’ 같은 형태로 국가 간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는 한화오션의 수출 경쟁력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209급 9척, 214급 3척, 3000톤급 3척 등 총 21척의 잠수함 건조 경험을 갖고 있으며, 6척의 1400톤급 잠수함을 수출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214급 6척과 3000톤급 1척 등 총 9척의 잠수함을 건조했으나 수출 경험은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잠수함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건조 경험이 풍부한 한화오션이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HD현대중공업도 건조 경험은 있지만 수출 경업이 없기 떄문에 컨소시엄 구성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