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원칙과 기준 가지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일 것”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 전자게시판에 게제된 대한항공 부기장의 쓴소리에 대해 직접 댓글을 달았다.  

   
▲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퇴직을 불과 열흘 앞둔 부기장 최씨는 지난 4일 사내 전자게시판인 소통광장에 ‘조양호 회장님께’라는 글을 올려 대한항공의 불통으로 인해 직원들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우선 “회사를 떠난다니 아쉬운 마음이다”고 운을 뗀 뒤 “회사를 떠나면서 준 진심이 느껴지는 제안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조 회장은 “최 부기장의 글뿐 아니라 소통광장을 통해 올라오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들 중 합리적인 제안은 회사 경영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며 “이것이 소통광장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며, 이로 인해 사내 문화도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함에 있어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과감히 고치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강한 의견이라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더 이상 대한항공 안에서의 인연은 이어지지 않겠지만, 최 부기장의 의견을 참고해 반영토록 하겠다”며 “다른 곳에서도 더 많은 업무지식을 습득하고, 자기계발에 정진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멋진 기장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조 회장의 최 부기장의 글을 보고 이날 점심 무렵 직접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부기장은 조 회장의 불통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한편 자신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충언하지 않는 상관의 태도를 일갈하는 내용이 담긴 글을 사내게시판에 게재했다. 

최 부기장은 특히 ‘땅콩회항’ 당시 국민들의 질타를 온몸으로 감당한 직원들에게 사과 한번 하지 않은 조 회장의 태도에 대해 “대한항공이 그 국민들에게서 받은 모욕과 질타는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들의 몫이었다”며 “그런 직원들에게 한번 사과는 하셨느냐”고 질타했다.

최 부기장은 “회장님 곁에는 듣기 좋고 달콤한 말만 하는 아첨꾼, 탐관오리같은 이들만 남아 있다”며 “회사를 떠나는 일개 직원의 마지막 충언이라고 생각하시고, 우리 직원들 특히 운항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적었다. 

최 부기장은 운항승무원으로 2007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현재 퇴직을 앞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