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정부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에 6일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코스닥시장에서는 3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공매도 잔고가 쌓인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건은 앞으로다. 윤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놓고 금융시장에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을뿐더러, 1400만명 유권자 표심을 의식해 여당의 압박을 그대로 수용한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금융당국은 공매도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충분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 왔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손바닥 뒤집듯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입장은 강경하다. 지난 5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1400만명 개인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주식시장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후적 처벌을 넘어 사전적 차단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이라 본다"며 "불공정 경쟁이 지속되어 시장 신뢰가 무너지고 투자자들이 이탈하면 (공매도 금지 부작용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선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공정한 자산시장이 확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이은 불법 공매도 적발로 투자자들 불안이 극심한 만큼 전수조사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공약 이행에 있어 한치의 부족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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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1월 2일 오후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린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격려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실제로 대선 후보 당시 윤 대통령은 공매도와 관련해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을 비롯해 기관-외국인과 개인 투자자 담보 비율 합리적 조정, 과도한 주가 하락시 자동으로 공매도 금지하는 서킷브레이커 적용을 공약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조치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선진국이 전무해, 이번 조치가 한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의 배경은 시장 불안 우려, 공정한 가격 형성 어려움 두 가지"라며 "기관투자자들의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두고는 대한민국 자본시장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가)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외국 투자은행(IB)들의 관행적인 불공정 거래 등으로 공정한 가격 형성·거래 질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는 최근 외국 투자은행들의 불법 공매도 적발이 계기가 되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의 압박이 결정타였다.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릴 정도로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당 지도부에 전달했고, 당이 이를 대통령실에 적극 건의해 금융당국이 기존 입장을 바꾸어 한시적 금지 조치로 발표했다는 평가가 높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국민의힘 간사인 송언석 의원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장동혁 의원에게 "이번에 김포(시의 서울 편입론)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은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시에 대한 해외기관들의 평가가 악화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외국자본이 추가로 빠져나갈 경우 국내 증시가 추가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금융 정책의 일관성을 고수하던 윤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 6월까지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이 때문에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