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은행권의 천문학적 이자이익을 거론하며, 상생금융에 인색한 업계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은행들이 고금리 특수를 맞이해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은 이자이익을 거뒀음에도, 비용절감을 이유로 사회취약층을 위한 오프라인 점포를 빠르게 폐쇄하고 있는 까닭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60조 수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자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다 합친 것보다도 은행권의 영업이익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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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은행의 영업점(출장소 포함) 수는 올해 6월 말 3925곳으로 3월 말 3956곳 대비 31곳이 문을 닫았다./사진=김상문 기자 |
이어 그는 "우리 은행들이 여러 노력을 해온 건 알겠지만 과연 반도체와 자동차만큼 은행이 어떤 혁신을 했길래 60조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 건지"라며 질타했다.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의 경영 실적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 총액은 30조 93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조 8052억원 대비 약 7.4% 성장했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이 7조 331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6조 2563억원, 하나은행 5조 9648억원, NH농협은행 5조 7666억원, 우리은행 5조 6170억원 순이었다.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권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게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은행권의 오프라인 점포 폐쇄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업계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점포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데, 이는 금융 소외계층을 배려하지 않고 공공성도 외면하는 행태라는 시각이다.
이 원장은 "2020년 이후에 한 600개 정도 가까운 은행 점포들이 사라졌다"며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점차적으로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동안 예를 들어 국민은행에서는 60개가 넘는 점포를 또 폐쇄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영업점(출장소 포함) 수는 올해 6월 말 3925곳으로 3월 말 3956곳 대비 31곳 폐점했다. 5개년 점포수를 살펴보면 2018년 4698곳, 2019년 4660곳, 2020년 4424곳, 2021년 4187곳, 지난해 말 3988곳 등이었다. 6월 점포 수를 5년 전인 2018년과 견주면 약 773곳이 폐점한 셈이다.
올해 점포 폐점 현황만 놓고 보면 국민은행이 총 62곳(1분기 38곳, 2분기 24곳)을 정리해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이 5곳으로 뒤를 이었다. 반대로 나머지 은행들은 점포를 연초보다 늘렸는데, 농협 2곳, 신한·하나 각 1곳 신설됐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지적을 수용하면서도 점포 폐쇄에 속도를 올렸던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점포 수익성이 나빠지자 수년 전인 2010년대부터 대대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1층 대신 2층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통폐합을 택했다.
지점에서 주로 현금교환이나 단순입출금 등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회성 거래업무가 대부분인데, 높은 임대료, 보안경비, 직원·청원경찰·청소원 등 인건비 등을 모두 부담하면 적자가 불가피한 까닭이다. 더욱이 ATM을 비롯 인터넷·모바일뱅킹이 활성화되면서 단순거래를 위해 은행을 찾는 수요도 줄어들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년 전에는 서울에 위치한 은행 점포가 수익성 악화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는데, 지점 업무가 대부분 단순 금융거래인 까닭이다"면서도 "노년층 등 금융 소외계층은 여전히 대면업무를 선호하는 데다, 금감원장도 재차 이 문제를 강조한 만큼 점포 폐쇄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 점포 폐쇄는 하반기부터 다소 진정될 전망이다. 당국이 지난 5월부터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시행한 까닭이다. 아울러 금융당국 기관장들은 오는 셋째 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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