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보험약관대출을 받거나 보험을 해약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등 서민들의 보험 유지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지난 8월 누적 보험약관대출은 58조3097억원으로 전년 동기 47조3987억원 대비 23% 급증했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 범위 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 상품으로 꼽힌다.

   
▲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환급금의 50~95%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경기 악화로 당장 목돈을 구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신용, 담보 등에 상관없이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보험 소비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약관대출은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줘 떼일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휴대폰인증, 공인인증, 신용카드 인증 등 간단한 본인 확인만 거치면 된다. 또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없고 소득 기준 대출 규제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다만 해지환급금을 당겨쓰는 것으로 보장이 필요할 때 보험료를 온전히 납입하고도 제대로 된 보험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대출 이자를 장기간 미납해 해지환급금을 넘어가는 경우 보험 계약은 해지된다.

약관대출과 더불어 해지환급금 또한 크게 늘었다. 해지환급금이란 가입자가 중도에 보험을 해지할 때 보험사로부터 운영비(사업비)와 해약공제액 등을 제하고 돌려받는 금액을 뜻한다.

올해 1~8월 해지환급금(효력상실환급금 포함) 규모는 31조91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조1179억원보다 액수로는 10조7962억원, 비율로는 51.1%나 늘어난 규모다. 또 8월말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보험 상품은 중도 해약 시 납입한 보험료보다 환급금이 확연히 줄어드는 구조라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보험료 납부가 부담된다면 해지 대신 보험료 납입 유예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보험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보험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보험 감액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제도는 보험금(보장)과 보험료를 함께 줄이는 것이다. 계약자가 보험사에 감액신청을 하면 보험사는 감액분에 해당하는 계약은 해지하고 해지환급금을 계약자에게 돌려준다. 신청한 만큼 감액을 하고 나면 내는 보험료가 기존보다 내려간다. 동시에 기존보다 보장 범위도 줄어든다.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회사가 정한 방법에 따라 매월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이 보험계약 대출금으로 처리되고 자동으로 납입돼 계약을 유지하는 자동대출납입 제도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대표적인 경기 후행 산업으로 해지가 증가하는 것은 가입자들이 체감하기에도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보험료는 장기간 내야 하는 만큼 가입 전 자신의 재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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