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런 한국시리즈 경기가 또 있을까. LG 트윈스가 KT 위즈와 역전,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3차전을 따냈다. LG는 우승 확률 85%를 잡았다.

LG는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8-7로 이겼다.

LG가 승리로 이르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그 이상이었다. 3-0으로 먼저 리드를 잡았으나 3-4로 역전 당했고, 5-4로 다시 뒤집었다. 8회말 KT가 박병호의 역전 투런포 등으로 3점을 내 다시 7-5로 앞섰지만 LG가 9회초 오지환의 스리런포로 또 뒤집었다.

   
▲ 오지환이 9회초 역전 3점 홈런을 날리고 염경엽 감독과 덕아웃 동료들의 격한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SNS


이렇게 힘겨웠지만 짜릿한 승리를 챙긴 LG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로 맞선 상황에서 2승째를 거둔 팀이 우승한 확률은 85%(20차례 중 17번)나 된다. 확률상 LG가 우승으로 향하는 유리한 고지로 올라섰다.

경기는 양 팀 팬들 모두 가슴 떨리게 진행됐다. 

LG가 3회초 한 방으로 3점을 선취했다. 홍창기의 안타와 박해민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2, 3루에서 오스틴이 KT 선발 벤자민으로부터 좌측 폴대를 강타하는 3점 홈런을 터뜨려 기선제압을 했다.

KT가 반격했다. 3회말 황재균의 1타점 2루타로 한 점을 만회했다. 5회말에는 1사 1루에서 장성우가 친 유격수 쪽 병살타성 땅볼을 LG 유격수 오지환이 뒤로 빠트리는 실책을 하고, 좌익수 문성주의 송구 실책까지 겹쳐 1사 2, 3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대타로 나선 김민혁이 LG 4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한 함덕주로부터 1타점 적시타를 쳤고 이어 알포드도 우중간 2루타로 한 점을 보탰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조용호가 다시 바뀐 투수 백승현으로부터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KT가 4-3으로 역전했다.

돌아선 6회초 LG가 또 한 방으로 뒤집었다. 선두타자 문보경이 안타를 치고 나가 KT 선발 벤자민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KT는 '믿고 쓰는 불펜 영건' 손동현을 구원 투입했는데 박동원이 바로 손동현을 홈런포로 두들겼다. 지난 8일 잠실 2차전에서 8회말 역전 결승 투런홈런을 날렸던 박동원은 두 경기 연속 투런포를 가동해 또 한 번 팀에 5-4 역전 리드를 안겼다.

   
▲ 박동원이 6회초 역전 리드를 잡는 투런홈런을 날린 후 포효하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SNS


선발 임찬규가 3⅔이닝 1실점하고 다소 일찍 물러난 뒤 불펜 총력전을 벌이던 LG는 한 점 차로 앞선 가운데 8회말이 되자 마무리투수 고우석을 조기 투입했다. 2이닝 마무리를 맡긴 셈이지만 고우석이 기대에 부응을 못했다.

KT 선두타자 배정대가 우전안타를 쳐 찬스를 열자 김상수의 보내기번트 후 황재균이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 5-5 동점을 만들었다. 다음 타자 박병호는 고우석의 몸쪽 빠른 공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KT는 7-5로 재역전했고, 고우석 8회 등판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KT는 9회초만 2점 차 리드를 지켜내면 됐고, 마무리투수 김재윤이 등판했다. 김재윤은 선두타자 홍창기를 2루수 쪽 내야안타로 내보내긴 했으나 후속 두 타자를 잡았다. KT의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은 상황에서 오스틴이 볼넷을 골라 2사 1, 2루가 됐다. 여기서 오지환이 김재윤을 우월 스리런 홈런으로 두들겼다. 오지환은 5회말 역전 점수를 내주는 빌미가 됐던 결정적 실책을 범한 아쉬움을 홈런 타구에 실어 날려보냈다.

   
▲ 오지환이 9회초 역전 3점홈런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SNS


8-7로 LG가 재재역전을 했으나 드라마의 엔딩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9회말에도 마운드에 얼랐던 고우석이 1사 후 연속 대타로 나선 김준태(사구)와 정준영(좌전안타)을 출루시켜 1사 1, 2루로 몰렸다. LG는 고우석을 강판시키고 이정용을 투입했다. 

이정용은 등판하자마자 배정대를 상대로 초구 폭투를 범해 1사 2, 3루로 위기가 더 짙어졌다. 하는 수 없이 배정대를 고의4구로 내보내고 만루 작전을 폈다. 안타 하나면 재재재역전 끝내기가 가능한 상황. 김상수가 투수 땅볼을 치고 말았다. 투수-포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 플레이가 나오면서 드라마 같았던 경기가 드디어 끝났다.

LG는 홈런 3방으로만 8점을 뽑고, 8명의 투수를 쏟아부으며 역전극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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