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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
유치원 공교육화와 사립유치원 문제
요즈음 유아교육 관계자들은 국공립유치원 늘리기에 바쁘다. 국공립유치원 신설에 막대한 예산이 배정되고 있으며 예산이 부족한 곳에서는 지방채까지 발행해 가며 그 국공립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런 정책에 반대한다.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면서 교육의 다양성까지 해치는 해로운 정책이기 때문이다.
우선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든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추계에 의하면 국공립단설유치원의 원아 1인당 교육비(학부모부담금과 국가지원금 및 교사인건비)는 원아 1인당 1,011,160원이다.1) 반면 사립유치원의 1인당 교육비(학부모부담금, 바우처 금액)는 536,379원이다. 국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보다 거의 2배나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이다.
물론 학부모 부담금만 보면 국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월 평균 9,450원인데, 사립유치원은 195,000원이다(2014년 5세 이상 기준). 국공립의 학부모부담금이 그렇게 싼 이유는 나머지의 모든 금액을 국민이 세금으로 메워주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성과가 월등히 높다면 세금으로 국공립을 지원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다음의 표는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조사한 학부모 만족도 결과다. 공립과 사립 유치원 학부모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체로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공립이 91.8%, 사립이 92.6%로 나타났다. 사립유치원 쪽이 0.8% 높지만 유의한 차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사립 사이에 학부모 만족도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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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의 유치원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단위 %, 명)』. /자료출처: 공립유치원 설치 운영 및 요구, 육아정책연구소, 2012, p. 127. |
국공립유치원은 같은 정도의 학부모 만족을 얻기 위해 사립유치원 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 납세자라면 그런 국공립유치원을 새로 짓기 위해 한 곳당 수십억씩 세금을 지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공립유치원이 많아지면 어쨌든 학부모의 부담이 줄어들지 않느냐고 반문할 분이 많을 것이다. 그 문제라면 기존의 사립유치원 가지고도 얼마든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국공립유치원 신축에 쓰일 돈으로 학부모에게 지급되는 유아교육 바우처(아이행복카드)의 금액을 높여주면 된다. 그 금액을 1인당 55만원 수준까지 올린다면(현재는 22만원) 사립유치원 중에도 학부모부담금을 폐지하는 곳들이 많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또는 그런 바우처를 받는 대신 학부모부담금을 폐지한다는 협약을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커다란 두 가지의 이점이 있다. 첫째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학부모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지금은 국공립유치원 들어가는 일이 복권 당첨되는 것과 비슷하다. 바우처 금액을 늘리면 모든 학부모가 동시에 혜택을 볼 수 있어 공평하다.
둘째는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다. 사립유치원은 (국가가 부담하는 바우처 금액이 커진다고 해도) 원아가 와주어야만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과 학부모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성향과 학부모의 희망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교육방식들이 사립유치원에서 나타날 것이다. 국공립유치원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교육의 다양성이다. 사기업이 공기업보다 혁신적이듯이 사립유치원은 국공립유치원보다 혁신적이기 마련이다. 국공립을 늘리는 대신 사립유치원을 활용하면 더 많은 학부모에게 다양성 있는 유아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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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공립유치원은 같은 정도의 학부모 만족을 얻기 위해 사립유치원 보다 두 배나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 납세자라면 그런 국공립유치원을 새로 짓기 위해 한 곳당 수십억씩 세금을 지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
이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에 대해서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돈이 없어도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공교육화의 내용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학부모에게 바우처 금액을 높여주고 사립유치원 중에서 선택하게 하면 된다. 공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국공립을 늘리고 사립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면 유아교육은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공교육은 화는 해롭다. 두 배나 더 많은 돈을 써가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의 주장은 이렇다.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중단하라. 그럴 예산으로 학부모들에게 지급되는 바우처의 금액을 늘리라. 그리고 사립유치원의 다양성을 허용하라. 국가가 통제하는 획일적 교육으로는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없다. 21세기는 다양한 인재를 요구한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1) 비정규직 인건비를 포함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