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 저축은행에서 최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연체 없이 상환하던 자영업자 김 씨는 최근 사업 상 자금이 필요해 다시 저축은행을 찾았지만 대출을 거절당했다. 최고금리 인하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저축은행이 대출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진행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결국 사금융업체를 찾게 됐다. 그는 “전에는 저축은행에서 고금리라도 대출이 가능했지만 요새는 대출받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에 대해 엄벌을 예고한 가운데 시장금리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 등 법정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 불법 사금융 광고 전단지./사진=연합뉴스


법정최고금리는 2002년 대부업법상 66%로 처음 제정된 뒤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39%로 낮아졌다. 이후 2014년 34.9%에서 2016년 27.9%, 2018년 24%, 2021년 20%까지 내려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조달금리가 올라가자 제도권 금융 최후의 보루인 대부업권은 신용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비중을 늘려 왔다. 그만큼 저신용자들은 빠르게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부업체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반기 단위로 발표되는 ‘대부업 실체 조사’를 살펴보면 2022년 상반기 대부 이용자 수는 106만4000명으로 2021년 12월 대비 5만6000명 감소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데다 저신용자의 연체율이 높아 20%로 대출이자를 적용하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며 “손실을 보면서까지 대출을 해줄 수는 없으니 20% 이하로는 대출 취급을 못하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보다 대출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한 서민들이 많은데 그들은 결국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면서 올해 상반기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상담·신고 건수는 6784건이었다. 상반기 기준 관련 상담·신고 건수는 2019년 2459건, 2020년 3955건, 2021년 4926건, 2022년 5037건으로 증가 추세다.

올 상반기 상담·신고의 세부 항목을 보면 미등록 대부업체 관련이 2561건(37.8%)으로 가장 많았고, 고금리 관련이 1734건(25.6%)으로 뒤를 이었다.

9월까지 검거된 불법 사금융 범죄 건수(1018건)도 1년 전보다 35% 증가했다. 한국갤럽 등이 불법 사금융 시장을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6조8000억원(이용자 52만명)이던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는 2021년 10조2000억원(76만명)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대출 한파가 저신용자를 덮치면서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 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연 20%인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지는 방식으로 바꾸려 했으나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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