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유사를 대상으로 초과이익환수제(횡제세)를 재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유업계 특성을 무시하고 수익이 날 때만 과세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여당과 정부는 추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민생 위기 극복 그리고 민생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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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정유차에 기름을 저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이에 대해 정부는 도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횡재세 도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횡재세라기보다는, 환경이 좋아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그건 역시 기존의 누진적 세금체계를 통해서 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야당, 수익만 나면 '횡재세' 군불…'총선용' 비판도
횡재세 도입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한 차례 있었다.
정유4사가 지난해 총 14조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은 직전 년도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정유사들이 막대한 수익을 번 것은 맞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지난해 4분기 들어 갑자기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올해 2분기 들어 최악의 불황을 겪으면서 정치권에서도 횡재세 논의를 중단했다.
이번에 논의가 재점화된 것도 같은 이유로 시작됐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정유사들이 올해 3분기 수익을 거두자 초과이익을 사회에 나눈다는 명분으로 제도 도입을 재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논의를 다시 꺼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미 영국·루마니아·그리스·이탈리아 같은 많은 나라가 에너지산업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했다"며 "미국도 석유회사에 초과 이익에 대해 소비세 형태의 과세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횡재세가 세계 여러 나라들의 보편적 현상이라는 논지다.
하지만 이 대표가 언급한 해외 사례는 석유 시추사들에 대한 이야기로, 원유를 가공해 판매하는 정유사들에게 횡재세를 걷자는 우리나라와는 논의의 방향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슈 선점을 빼앗기면서 선거 국면 전환용으로 횡재세를 들고 나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를 던지면서 선거용 이슈 선점에 성공하면서 민주당이 여론의 마음을 사기 위해 반격의 카드로 횡재세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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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 시추 시설 모습./사진=한국석유공사 제공 |
◇ 해외와 상황 달라…"불황 땐 손실 보전해주나"
정유업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민주당이 제시한 해외 사례는 대형 석유(시추)회사들의 이야기고, 국내 정유사를 이들과 단순비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유업 특성 상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실적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횡재세를 도입하면 실적이 악화되고 적자가 나는 분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손실분을 보전해줄 수 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해외 사례로 언급된 로열 더치 셸, 쉐브론, 엑슨모빌 등 글로벌 대형 석유회사는 원유를 직접 채굴해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는 만큼 이익도 커진다.
반면 한국 정유사는 원유 구매가와 정유 판매가 영향을 모두 받는다. 통상 원유를 사들여 정제해 제품으로 시장에 내놓기까지 2~3달의 시간차가 발생하는데, 그 사이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이익이 커질수도 있고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유사들의 수익-손실 구조는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지 수익이 날 때만 과세를 강화한다면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손실이 났을 때 정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냐는 게 이들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영업이익률이 제조업 평균보다 낮은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수익을 얻고 있다"며 "특정 기간 대외여건 영향으로 실적이 좋더라도 불황도 분명이 존재하기때문에 횡재세 도입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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