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사업주 부담 경감을 위해 현장 밀착형 규제 개선 일환으로 추진한 '비상구 설치기준 완화' 등이 14일부터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날부터 이 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그간 안전보건규칙, 건축법 시행령 등 각 법령에서 비상구 설치 기준을 각각 수평거리 50m 이하, 보행거리 75m 이하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반도체공장 신축 시 비상구와 피난용 직통계단을 설치하는 데 혼란이 발생한다는 건의가 지속됐다. 또한 이러한 법령 기준을 모두 맞추기 위해 이중으로 시설 개선을 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든다는 애로사항도 제기됐다.

이에 고용부는 건축법령에 따라 직통계단을 설치하면 비상구 거리(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해 비상구 설치기준의 현장 적합성을 높이면서도 산업현장 불편을 해소한다.  

공장 내 보수공사 등을 위해 설치하는 비계기둥 간격에 대한 규정도 완화된다.

지금까지 공장 내부 보수공사 등을 위해 비계를 설치하는 경우, '가로 1.85m, 세로 방향에 1.5m 이하 설치'의 일률적으로 규정된 비계기둥 간격 기준을 준수함에 따라 기계·설비 사이 공간이 좁아져 기계·설비 조작이 어려워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는 기준을 준수하기 곤란한 경우, 비계 구조 안전성에 대한 사전 검토가 있으면 현장 상황에 맞춰 각 2.7m 이하만 충족하면 되도록 기준을 합리화한다.

아울러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건설현장 콘크리트 타설, 지반굴착 등과 관련한 안전기준을 명확하게 정비하고, 작업현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콘크리트 타설 시 타설된 콘크리트 형상을 유지하기 위한 거푸집과 이를 지지하는 동바리를 데크플레이트 공법으로 설치하는 경우, 시방서 등 설계 도서에 따라 시공할 의무를 명확히 했다. 또한 데크플레이트 간 연결을 확실히 하고,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지지방식을 명확히 규정했다.

데크플레이트 공법이란 바닥 거푸집이자 보 형식 동바리의 일종으로, 바닥하부에 많은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어 건설현장에서 널리 사용된다.

이 외에도 기술변화 등에 따라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비계용 강관이나 목재로 만든 동바리 등 세부규정을 삭제하고,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인장강도, 신장률 등 자재별 세부 기준은 산업표준에 따른 재료를 사용토록 해 안전기준을 현행화한다.

 

현장에서 실제 적용이 어려웠던 굴착면 경사도 한계기준도 건축법령에 맞춰 흙, 모래, 암석 등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붕괴예방을 위해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고소작업대를 올린 상태에서 근로자를 태우고 이동하다가 사망 등 산재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고소작업대를 올린 상태에서는 이동할 수 없도록 한다.

이정식 장관은 "낡은 규정과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하고, 기술변화 등 산업현장 환경변화를 반영해 현장 적합성과 작동성을 높일 것"이라며 "안전기준이 실질적인 근로자 산재 예방을 위한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령과 관련 기준을 차질 없이 지속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