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연 4.03~6.91%…"은행채 순발행·대외변수 과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금융채 5년물의 금리가 내려가면서,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하향조정되고 있다. 하단금리는 연 4.0%대까지 내려왔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연 4.03~6.91%를 기록했다. 4%대에 형성된 하단금리가 3%대까지 떨어질 지 주목되는 가운데, 상단금리는 5~6%대를 형성하고 있다. 

   
▲ 최근 금융채 5년물의 금리가 내려가면서,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하향조정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이 연 4.03~5.43%,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이 연 4.76~6.07%,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혼합)'이 연 4.156 ~ 5.156%, 우리은행의 '우리아파트론(일반자금)'이 연 4.5~5.7%, 농협은행의 'NH모바일아파트대출2.0'이 연 5.11~6.91%로 각각 집계됐다.

상·하단 금리가 모두 하향조정된 것인데, 이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하락기조를 보인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공시된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전날 연 4.489%를 기록해 지난 10일 4.459%대비 0.03%포인트(p) 상승했다. 하지만 5년물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6일 4.810%를 정점으로 하락기조를 보이면서 12일여만에 약 0.321%p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최근 일련의 대출금리 인하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대출금리 인하는 하루하루 발표하는 금융채 금리가 하락한 까닭"이라며 "실제 가산금리를 낮추기보다 기준금리인 금융채가 하락하면서 대출금리가 0.25%p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금리를 내렸다면 가산금리를 조정했겠지만, 기준금리만 변동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추후 대출금리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 당장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은행채 순발행(발행액-상환액)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이는 가격하락, 금리상승으로 이어진다. 올해 은행채는 대체로 순상환 기조를 보였으나, 8월부터 발행물량이 상환물량을 앞지르면서 순발행액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풀면서 은행들이 채권 발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은행들의 고금리 예적금 유치 경쟁으로 대출금리가 치솟자, 이를 막기 위해 당국이 대안으로 채권시장을 열어준 까닭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달(1~14일) 은행채 순발행액은 5조 4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에는 7조 5393억원 순발행돼 올해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는데, 보름여만에 지난달 순발행액의 상당액을 따라잡았다. 

더욱이 미국의 금리기조 변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대외변수도 산재해 당장 향후 대출금리 추이는 예측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은행권은 최근 실수요 정책자금을 제외한 가계대출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일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8일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당국은 대출자의 채무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심사를 강화해 증가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과도한 금리인상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간담회 참석자들은 "향후 가계대출 취급계획을 재점검하고, 상환능력 심사 등 리스크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