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친환경 선박, 스마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는 관련 기술을 통해 친환경 선박 수주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올해 3분기 누적 R&D 투자액은 19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조선 빅3 모두 지난해보다 R&D 투자액을 늘렸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까지 948억 원을 R&D에 투자해 조선 빅3 중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1.9% 증가한 수치다. 

한화오션은 567억 원을 투자해 뒤를 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6% 늘어났다. 삼성중공업은 483억 원을 투입해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조선업계는 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탄소 배출을 줄인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선박인 암모니아 추진선의 경우 조선 3사 모두 기술을 개발 중인데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수소 추진·운반선을 개발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스마트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그룹 내 자율운항선박 기술 계열사인 아비커스를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는 소형 레저보트가 자율운항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2024년까지 완전 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원격제어 및 자율운항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국내 도서 연안에서 자율운항 해상 실증에 성공하기도 했다.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 기술에 대한 고객사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해 친환경 선박 수주 성과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내에서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친환경 선박 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면 기술 확보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투자 확대에 힘입어 실제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을 수주했다. 한화오션도 이달 들어 암모니아 운반선을 수주했는데 향후 고객사 요청에 따라 암모니아 추진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친환경 선박에 대한 본격적인 발주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R&D 투자를 늘리면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선박을 발주할 때 스마트 기술도 탑재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친환경·스마트 선박 부문에서 K-조선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