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꼽히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중고차 시장에 변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시적인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 시장 규모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산 중고차 전체 실거래대수 중 현대, 기아, 제네시스 3개 브랜드 합계는 매년 100만 대 이상으로 70%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중 5년 10만km 미만 중고차 실거래 대수 비율은 지난해 기준 현대 20.2%, 기아 22.5%, 제네시스 54.9%로 집계됐다. 3개 브랜드의 5년 10만km 미만 중고차 실거래 대수 합계는 26만7908대로 전체의 17%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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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사진=김연지 기자 |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시장으로 꼽힌다. 판매자가 차량 주행거리나 성능·상태 등의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상대적으로 심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엄격한 품질 검수와 인증 검수를 통과한 '고품질' 차량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게 돼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제고하고 전체 중고차 시장 규모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38만대로 신차 거래량의 약 1.4배에 달한다.
10월 중고차 거래량은 소폭 증가하며 중고차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10월 중고차 실거래 대수는 총 18만4643대로 전월 대비 4.1% 증가했다. 전월 거래량이 12% 감소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현대·제네시스 인증 중고차는 국내 최다 수준인 현대차 272개 항목, 제네시스 287개 항목에 걸친 진단·검사를 거쳐 품질 인증을 받고 판매된다. 판매 대상 차량은 5년 10만km 이내 무사고 현대차·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으로 한정했다.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매입된 중고차는 센터에서 정밀진단(차량 선별)과 품질개선(판금·도장 등), 최종 점검, 품질인증 등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고품질의 차량으로 리뉴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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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사진=김연지 기자 |
기아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전기차까지 포함한 고품질의 '제조사 인증중고차'를 시장에 공급한다. 판매 대상은 신차 출고 후 5년 10만km 이내 무사고 차량으로 한정했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기아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인증중고차용 타이어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중고차를 매입해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타이어 교체가 필요한 차량에 한국타이어 메인 브랜드 제품을 장착한다.
기아 관계자는 "기아 인증중고차 사업 방향성에 부합하도록 차량 구매 고객에게 최상의 상태 차량을 공급하는 것이 이번 업무협약의 목적"이라며 "상품화 과정에서 타이어 교체를 해야 하는 경우 한국타이어에서 공급받은 새 제품을 장착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와 롯데렌탈 등 다른 대기업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 경쟁 구도는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기업 진출로 인한 가시적인 선순환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시스템이 체계화되고, 가격도 조금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ECD국가 중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분야 진출을 막은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허용이 된 것"이라며 "가장 낙후된 중고차 분야가 선진화되고 시장 규모도 2배가량 커질 것이다. 일자리도 더 많아지는 등 선순환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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