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부자 또는 형제간 경영권을 세습하는 가족 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족 기업은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좋은 실적을 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세습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인물이 경영권을 쥐게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가족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은 한국, 인도,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대부분 몰려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아시아 주요국에서 시가총액 5000만 달러(약 583억원) 이상인 상장 기업 10곳 가운데 6곳 이상이 가족기업이다.
인도의 경우 가족기업의 비중이 67%로 가장 높고 필리핀(66%), 싱가포르(63%), 말레이시아(62%), 인도네시아(61%) 등이 뒤를 이었다.
동북아시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주요기업의 58%, 홍콩은 62%가 가족기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업 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가족기업 38곳이 회사 13564곳을 소유하고 있다. 아시아를 제외하고 가족 기업이 많은 국가는 이스라엘, 브라질, 멕시코 등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대부분 가족 소유인 20개 그룹이 160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은 201개 상장사 가운데 70%가 가족 경영 기업이다.
반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가운데 가족기업은 34% 가량이다.
미국과 유럽에는 이사회가 선임한 전문경영인을 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이름이 알려진 기업 가운데 가족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 제과기업 마르스, 독일의 BMW 등이 대표적인 가족기업이다.
가족 기업의 대표적인 장점은 경영주체가 바뀌지 않아 일관된 경영의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가족 기업이 전문 경영인이 이끄는 기업보다 좋은 실적을 낸다는 주장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8∼2014년 포천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가족기업의 매출은 연간 7%씩 늘었다. 반면, 가족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매출이 6.2%씩 늘어 약간 뒤졌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2001년 유럽지역 기업의 수익을 비교할 때 가족기업은 1000 유로(약 127만원)를 투자할 경우 3533유로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기업이 아닌 기업은 2241 유로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가족기업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일이 잦기 때문에 기업 가치에도 타격을 입는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동생인 신동빈(60) 한국 롯데 회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그룹의 시가총액은 닷새 만에 2조원이 증발했다. 2000년에는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다툼을 벌이면서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이 분할되기도 했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경영권을 쥐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경영권을 승계하면 해당 기업은 물론 주식시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