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그대로인 상속세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최대주주 할증까지 합산하면 60%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기업이 존속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비단 기업뿐 아니라 재산을 상속받는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문제로 ‘개편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미디어펜은 기업 영속성을 헤치는 과도한 상속세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상속세 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자감세’ 프레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을 위시한 일부 시민단체들이 상속세 등 세금 완화에 대해 부자들 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언급하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상당 규모의 부자감세 방안이 담겼는데 또 다시 감세를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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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세 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자감세’ 프레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을 위시한 일부 시민단체들이 상속세 등 세금 완화에 대해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빌딩숲 모습.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상속세 문제는 정부나 여당에서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60%의 할증이 적용된 상속세를 지불해야 하는 이들이 극히 소수인 반면,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 역시 상속세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은 하면서도 “이번 국회 안에 정부가 안을 만들어서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 또한 “상속세 개편 논의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을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과 비교할 때 인용되는 ‘26%’도 잘못된 수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38개국 OECD 국가들의 개별 최고 상속세율을 합산해 전체 국가 수로 나누면 ‘13%’다.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은 “13%라는 명확한 수치가 있음에도 대다수가 26%라는 수치를 사용하는 이유는, 상속세가 없는 14개 국가를 평균치 계산에서 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잘못된 수치로 인해 ‘부자감세’라는 프레임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 ‘부자감세’ 프레임에 갇힌 상속세 문제…진실은?
상속세 개편을 반대하는 이들은 ‘부모를 잘 둔 덕에 얻게 되는 부는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에 주어진 부는 일정한데, 내가 가진 부가 적은 이유는 부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에서다.
이 ‘배 아픔의 정서’를 해소시키기 위해 상속세를 강화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상속세를 많이 지불해야 하는 이들이 소수에 불과한데, 소수를 위한 정책보다는 배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 선거 시 표 계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속세로 인한 폐해가 분명함에도 23년째 그대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부의 세대 간 이전을 허용하지 않게 되면, 인센티브가 줄고 일자리가 사라져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에 대한 국가 지분이 높아지거나,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결과도 이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상속 문제는 소수의 부자 뿐 아니라 적은 규모의 재산이라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이에 과도한 세금을 물리게 되면 후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자신의 세대에서 이를 탕진하는 사례가 늘 수밖에 없다.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상속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돌아서거나 상속세를 폐지하는 국가가 많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열심히 일한 개인에게 세금 완화 등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고, 그것이 국가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다.
김승욱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명예교수는 “일반적인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자신이 일군 부를 자식들에게 이전시키려고 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온전한 사유재산의 인정은 한 세대에 그치는 재산 보장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주는 재산까지 포함될 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상속 요건 완화하면 주가 1만 시대 열릴 것
과도한 상속세가 한국의 주식시장을 저평가 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진단도 있다. 재산의 대상이 기업이나 대기업일 경우 상속세를 추가로 20% 더 내게 하는 ‘재산권 침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50%에서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이를 위해 가능하면 회사의 이익이 많이 나지 않고 R&D와 기술개발을 위한 유보금을 쌓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1380만 명(2021년 기준)의 주식투자자들에게 주가 상승으로 자산을 두 배 이상으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황 교수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저평가돼 있는 한국 주식시장의 원인이 ‘상속세’에 있다”며 “기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바꾸게 될 경우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속세로 인한 주가 가치의 하락이라는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의 경제발전은 요원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모순을 제거하면 10년 이내 G7 경제 강국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때문에 황 교수는 자본자산의 매각에서 발생하는 이득과 손실에 대한 조세인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본자산은 1년 이상 보유하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기업 매각, 파트너 지분, 특허권 등을 포함한다. 이는 현재 기재부가 추진 중인 방안이기도 하다.
황 교수는 “기업승계 시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면 잃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기업주는 자연스럽게 승계를 할 수 있고, 국가는 상속세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굳이 해외에 투자할 요인이 사라지고,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가 늘어날 것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져 주가가 2~4배 오르는 것은 물론, 1380만 주식투자자들의 주식 재산 또한 2~4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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