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되면서 조달 다변화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원자재·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6곳(60.3%)이 ‘현재 수입 중인 원자재·부품을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18.0%의 기업은 ‘이미 대책을 마련했다’고 응답했고, 42.3%는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수입 공급망 대책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이 2년 전 조사에서는 45.5%였으나 2년 사이에 60.3%로 증가했다. 전쟁과 보호무역주의 등 공급망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원자재와 부품의 안정적 조달체계를 갖추는데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급망 대책은 해외 거래처 다변화였다. 구체적인 대체방안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34.7%는 ‘신규 해외거래처 추가해 공급망 확대’라고 답했다. 

‘수입 원자재·부품의 국내 조달’을 꼽은 기업도 25.7%로 적지않은 기업이 국산화를 대책으로 모색 중이었다. 소수 답변으로는 ‘기존 해외거래처를 안정적인 국가나 기업으로 변경’(8.7%)하거나 ‘수입 원자재·부품을 자체 생산’(4.0%) 등이 나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해외발 공급망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원자재와 부품의 국내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핵심 부품과 소재 국산화를 위한 R&D 전략과 지원책을 중장기 관점에서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했다는 기업의 비중은 2년 전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38.7%가 올해 원자재·부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단가상승, 물류차질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답해 21년 조사결과인 67.0%에 비해 28.3%p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가 감소한 것은 전세계 공급망에 광범위한 타격을 입힌 코로나의 영향이 감소하고, 이후 발생한 요인들은 국지적인 이슈로 공급망 피해범위가 상대적으로 좁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러-우 전쟁’이 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등장했고, ‘미중 무역 갈등’을 원인으로 꼽은 기업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환경·탄소중립 규제’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을 받는 기업들도 생기면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해외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7.9%는 ‘단가상승으로 인한 비용증가’, 27.6%는 ‘물류차질’, 24.1%는 ‘조달지연에 따른 생산차질’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공급망 피해가 감소한 것은 다행이지만, 다음 달부터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가 예고되어 있는 등 피해가 우려되는 현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면서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공급망 위기가 언제든지 발생가능한 만큼 수입 공급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기 발생 시 대응방안을 미리 잘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입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기업들이 원하는 정책과제로는 △조달처 다변화에 따른 물류·통관 지원(33.7%) △신규 조달처 확보를 위한 정보 제공(20.0%)과 같이 단기적인 행정적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수입품목 국산화 지원(24.3%) △안정적 교역을 위한 외교협력 강화(14.3%) 등 근본적인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언제, 무슨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와 자립화를 위해 신규 공급선 물류지원, 수입품목 국산화 투자, 리쇼어링 인센티브 강화 등 전폭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번 조사는 2년간의 변화를 조사한 단기비교로 장기추세 파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공급망 피해현황과 대응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