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건전성·수익성 악화, 나머지 지표 안정적…부동산리스크 여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3분기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 폭증에 힘입어 전분기보다 14조 3000억원 늘어난 1875조 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은행권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안정적인 영업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다소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평사인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는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4년 한국 신용전망'을 주제로 미디어브리핑을 가졌다. 손정민 무디스금융그룹 은행/비은행 애널리스트는 내년도 은행권 산업에 대해 '안정적'이라고 전망했다. 

   
▲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은행권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안정적인 영업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사진=류준현 기자


무디스는 은행 신용도 및 시스템 평가요인으로 △영업환경 △자산건전성 △수익성 △자본적정성 △조달 및 유동성 △정부 지원가능성 등을 평가하는데,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을 제외한 나머지 평가요인이 안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손 애널리스트는 "내년도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올해 대비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해 일부 수출 기업의 경우에는 부채 상환 여력이 조금 악화하면서 영업 환경 측면에서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전환기에 접어들었고, 주택시장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전체적인 영업 환경에 대해서는 안정적이라는 전망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년도 자산건전성이 다소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권은 펀더멘털과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자산건전성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등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배경이 되고 있다. 다만 지방은행 및 인터넷은행권에서 연체율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손 애널리스트는 "2024년에는 지표적으로 다소 악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초부터 저희가 봤던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은행 중심의 개인 신용대출, 그리고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 상향 추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익스포저 리스크는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은행권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그는 "국내 은행들의 부동산 익스포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테일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부동산업, 건설업까지 기업 대출을 합산해서 부동산 익스포저를 산출하면, 전체 은행 대출의 40% 중반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정부의 강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고려할 때 주담대에서 직접적으로 예상하는 리스크 수준은 제한적이다"면서도 "부동산 경기 약세가 장기화된다거나 지금의 회복세가 반전될 경우 테일 리스크의 현실화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택가격 하락기에는 금리인하로 시장 안정화를 꾀할 수 있었지만 최근처럼 금리 상승기에는 금리카드가 제한적인 만큼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테일리스크는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시스템 전체에 충격을 주는 잠재적 리스크를 뜻한다. 이에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은행권의 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진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내년에는 (지표) 악화를 예상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지표를 봤을 때 지속적으로 개선을 이뤄온 바 있다"며 "은행 시스템 전반적으로 대출 채권의 포트폴리오 자체가 개선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인 신용대출의 경우 은행들이 전체적으로 가계 신용에 대한 익스포저가 고신용자에게 집중돼 있고, 일부 중·저신용자에 대한 익스포저는 공적 보증에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부분이 고려됐다"며 "중소기업 대출도 은행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60% 대에서 80% 초반까지의 익스포저가 공적 보증이나 담보물로 이뤄져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대기업 여신이나, 경기 변동성이 높은 조선업 등의 제조업 익스포저가 축소된 반면, 보증이나 담보로 이뤄지는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확대돼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자산건전성이) 강화됐다"고 부연했다. 

지표상 지난 2~3년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일시적 효과가 꽤 반영된 게 사실이지만 10년 간 추이를 놓고 보면 은행 스스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지표 개선을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무디스는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Sh수협은행 등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바 있는데, 이들 은행이 공통적으로 자산건전성에서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 및 상생금융 요구를 비롯 정치권의 횡재세 논란 등이 은행권을 강타하는 가운데, 이들 이슈가 은행권 신용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우선 경기대응완충자본은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이 당국 기준 최대치인 2.5%를 내부적으로 이미 갖추는 등 충분한 버퍼(buffer)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 완충 자본도 이미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갖춘 만큼, 충당금 이슈가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생금융에 대해 손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금리 수준에 대한 어떤 하향 압력이 있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포용금융이나 이자를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수익성이나 자산 건전성에 어느 정도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포용금융을 확대하는 부분이 전체적인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것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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