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은행권을 시작으로 2금융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양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기록하면서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의 올해 10월까지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 평균은 78.6%로 전년 동기(79.8%)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전월(78.3%)와 비교하면 0.3%포인트 낮아졌다.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이들 상위 5개사가 90% 가량을 차지고 있다.

   
▲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손보사들은 통상 77~80%를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적정 수준으로 본다. 자동차보험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비율이 대략 20% 수준에서 형성된 탓이다. 자동차보험으로 흑자를 내려면 손해율에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이 100%를 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것은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자동차 통행량이 줄고 이와 함께 사고 건수도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됨에 따라 대형 손해보험사를 위주로 자동차보험료를 조만간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정부의 상생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금융감독원과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예년 자동차보험 조정 시기보다 1~2개월 가량 앞당겨 이달 중 인하 폭과 시기 등을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었다.

보험료는 보험사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으로 2000만명이 가입해 있고,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요소에도 포함될 만큼 국민생활과 밀접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간접적 가격 통제를 받고 있다.

애초 인하율은 1.5~2%가 유력했으나 최근 상생금융 확대 압박이 심화하면서 인하율이 2~3%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손보업계에서는 하반기까지 손해율을 지켜봐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통상 한파,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겨울철에 상승 추세를 보이는 만큼 향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보험업계에서는 보험료가 1%포인트 인하될 때마다 업계 전체적으로 약 2000억원의 자동차보험료 수입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던 자동차보험이 다시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년 적자 영역으로 여겨졌던 자동차보험은 2021년부터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2019년 100%를 웃돌았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0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2021년 들어 4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5559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상생금융 바람이 거세지면서 인하율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로 가능한 수준을 2~3%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겨울철 들어서는 손해율이 오르는데다 보험료까지 3% 내로 인하할 경우 겨우 흑자로 돌아선 자동차보험이 다시 적자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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