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권가에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이 일고 있다.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내부통제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변화보단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 증권사들은 발 빠른 인사혁신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신임 사장 내정자를 필두로 1960년대 후반 출생자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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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내부통제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변화보단 안정을 택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 증권사들은 발 빠른 인사혁신 작업에 돌입했다./사진=김상문 기자 |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 전반의 인사 시즌이 개막한 가운데 일선 증권사들의 CEO 라인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한국투자증권의 인사 기조를 보면 최근의 변화상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23일 한국투자증권 모회사 한국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어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 온 정일문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신임 사장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다.
김성환 신임 사장 내정자의 ‘스펙’은 최근 증권가의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선 1969년생이다. 현시점 국내 주요 증권사 수장들이 대체로 60년대 초반 태생임을 감안할 때 세대교체의 흐름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한동안 국내 증권가를 주름잡았던 ‘63년생 흑토끼띠’들의 거취에 많은 변화가 생겨날 것이라는 복선으로 읽히기도 한다.
김 내정자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1994년 교보생명보험에 입사, LG투자증권을 거쳐 2004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기업금융(IB) 전문가로 손꼽히며 지난 2019년부터는 개인고객그룹장을 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위 ‘동학개미 시대’에 특화된 리테일과 자산관리 부문에서 성공적인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60년대 초반 태생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흐름은 다른 회사들에서도 발견된다. 미래에셋증권의 ‘개국공신’으로 불리는 최현만 회장(1961년생)을 비롯해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사장(1964년생),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1964년생) 등이 최근 용퇴를 결정한 것은 업계에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것이 60년대 후반 출생자들이다. 김미섭 미래에셋 부회장(1969년생)은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며 메리츠증권 역시 1967년생 장원재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기로 했다.
이제 시선은 아직 인사를 하지 않은 증권사들의 의사결정으로 모아진다. 당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등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등의 임기도 내년 3월로 만료되기 때문에 곧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박봉권 교보증권 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 곽봉석 DB금융투자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 등도 임기 만료를 앞뒀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봐서는 기존 예상보다 수위가 센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하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LG그룹 등 재계의 인사 쇄신 분위기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부터 기준금리 인하 등 시장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높은 만큼 회사들도 준비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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