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폭증의 주범으로 시중은행의 '연령제한 없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꼽은 가운데, 정작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에서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50년 주담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틈새 부분인 '신혼가구' 조건을 이용한 사실상 꼼수 대출이다.
당국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주담대 연령제한을 시행하며 은행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가운데, 정작 정책모기지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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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폭증의 주범으로 시중은행의 '연령제한 없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꼽은 가운데, 정작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에서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50년 주담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사진=김상문 기자 |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확보한 '50년 만기 정책금융 주택담보대출(특례보금자리론) 이용현황'에 따르면 주금공은 올해 10월까지 신규 9577건(신규대출액 2조 6735억원)의 50년 만기 주담대를 실행했다.
30대 이하가 8570건(2조 3855억원), 40~50대 999건(2859억원), 60대 이상 8건(21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모기지 이용자 중 최고령 대출자 연령은 65세에 달했다.
현재 주금공의 50년 만기 주담대(우대형) 신청요건은 만 34세 이하이거나 혼인 신고일로부터 7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가구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신혼가구의 경우 연령에 상관 없이 50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데, 중장년층 신혼부부가 대거 이용하면서 통계에도 반영됐다.
금융당국과 관계기관은 지난 9월 13일 가계부채점검회의에서 시중은행이 취급한 50년 주담대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연령제한 없는 50년 주담대를 잘못된 상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대출기한을 늘려 월상환부담이 줄어들면 DSR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5대 시중은행은 대출 취급중단, 연령제한, DSR 산정만기제한 등의 조치를 즉각 시행했다. 하나·우리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을 전면 중단했고, KB국민은행은 40년 초과 주담대에 연령제한을 걸었다. 아울러 신한·NH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이 모두 DSR 산정만기를 40년으로 축소했다.
현재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 중인 은행들은 평균 만 34세 이하의 청년들만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한 상태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은 당국의 방침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40대 이상부터 신혼가구 전형으로 대출을 받은 이용자가 여전히 많았다. 9~10월 40~50대 이용자는 201건(604억원)을, 60대 이상도 3건(6억원)을 신혼가구 전형으로 대출을 일으켰다.
이 같은 허점은 지난달 11일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국감에서 강 의원은 "50년 만기 정책금융상품도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라는 조건 때문에 60대가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0년 만기만 있었을 때 40대 이상 비중이 3%였는데 50년 만기가 나온 후 11%까지 늘었다"며 "이 같은 사실을 금융위원장이 몰랐다는 게 국민들은 납득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신혼부부에 대해선 생각을 못 했다"며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하면 100% 다 인정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민간에서 하는 50년짜리 만기 대출은 집이 있는 사람에게도 50년 만기로 대출을 내주고 연세가 있어도 50년 만기로 변동금리로 대출해 줬다"며 "이에 문제 된다고 지적해서 은행권이 보완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금융위가 자신들도 잘못 설계한 정책상품을, 비슷하게 취급한 시중은행만 비판하고 정작 자신들의 오류는 시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식의 태도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즉시 오류를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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