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고금리 기조에 자금조달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알짜카드를 단종하고 프리미엄카드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롯데‧우리‧BC카드 등 국내 8개 카드사들이 단종시킨 신용‧체크카드 수는 281개(신용 247개‧체크 34개)로 집계됐다. 협회가 카드 단종 수를 취합한 2017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 고금리 기조에 자금조달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알짜카드를 단종하고 프리미엄카드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카드 단종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단종된 신용·체크카드는 △2017년 93개 △2018년 100개 △2019년과 2020년 각각 202개로 급격히 늘었고, 2021년에도 192개가 단종됐다.

이 중 많은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알짜카드가 대거 포함됐다.

신한카드는 지난 5월 교육비 할인 혜택이 좋았던 ‘더 레이디 클래식’을 단종시켰다. 최대 적립률이 5.8%로 높아 유명세를 타던 ‘딥에코’도 3월 말 신규 발급이 중지됐다. 지난 4월 말에는 삼성카드가 ‘아멕스 센추리온’, ‘더오 V2’, ‘더 원’의 발급을 중단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6월 인기 쇼핑 카드였던 ‘탄탄대로’ 시리즈 신규 발급을 중단했고 롯데카드는 ‘인터파크·벨리곰 카드’ 등 온라인·홈쇼핑 할인 카드를, 현대카드는 ‘제로 모바일 에디션2’ 등을 단종했다.

카드사들이 고객 혜택을 축소한 이유는 자금조달 비용 증가와 지속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하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채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게 됐다. 카드사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가량을 여전채를 조달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이 0.5~1.5%로 낮아지면서 카드사의 이익 감소로 이어지게 됐다. 현재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국내 카드 가맹점은 96%에 달한다.

대신 카드사들은 고소비층 고객을 겨냥해 고액 결제 비중을 늘리고 연회비 수익도 올릴 수 있는 프리미엄카드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카드는 최근 글로벌 호텔체인 그룹 아코르와 제휴해 ‘올 우리카드 인피니트’와 ‘올 우리카드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삼성카드도 올해 3월 비자·마스터카드와의 협업으로 ‘THE iD.(디아이디)’ 카드를 출시했으며, KB국민카드는 6월 프리미엄 라인업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헤리티지 리저브’ 카드를 내놨다.

프리미엄카드는 여행, 쇼핑, 레저 등의 영역에서 바우처서비스와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연회비가 10만원 이상으로 비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연회비 수익은 6434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4%,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 34% 증가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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