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1개월(30일) 이상 대출 원리금 연체를 겪고 있는 '한계차주(대출자)' 비율이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한계차주가 겪는 소비 부진이 내년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포커스 '고금리에 따른 한계차주의 소비부진 정도와 지속성'에 따르면 최근 대출금리가 지속 상승하면서 차주들의 부채상환여력이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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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개월(30일) 이상 대출 원리금 연체를 겪고 있는 '한계차주(대출자)' 비율이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사진=김상문 기자 |
특히 연체 및 부실위험이 높은 한계차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2분기 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분포를 비교하면 DSR 20% 이상인 차주 비율은 43%에서 48%로, 40% 이상인 차주 비율은 18%에서 22%로 각각 증가했다.
DSR는 대출 원리금 외 신용카드 미결제액, 자동차 할부금 등 차주가 갚아야 할 모든 부채의 원리금까지 계산해 대출을 갚을 능력이 되는지를 따지는 기준이다. 비율이 높을수록 상환여력이 좋지 못함을 뜻하는데,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총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DSR(은행 40%, 2금융권 50%)를 적용하고 있다.
DSR 상승과 더불어 한계차주의 비율도 지난해 말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한계차주 비율은 1.8%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4년만에 최고치다. 금융연구원은 1개월이라도 연체를 겪었다는 건 그만큼 연체 당시 해당 차주가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계차주는 평균적으로 소득 수준은 낮고 DSR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현열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2019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 KCB 표본자료를 이용해 연체차주와 비연체차주를 비교한 결과, 연체차주는 평균 연소득 약 3561만원, 평균 DSR 192.8%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비연체차주는 평균 연소득 약 4879만원, 평균 DSR 26.6%에 그쳤다.
김 연구위원은 "2분기 말 기준 지난 18분기 중 한 번이라도 30일 이상 연체를 경험한 차주는 비(非)연체차주 전체에 비해 평균적으로 소득 수준은 낮고 DSR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한계차주들의 소비수준도 매우 저조했다. 연체가 발생하고 해소된 직후 1분기 중 소비수준은 평균 대비 26% 낮게 나타났고, 이후 4분기가 지난 시점에서도 평균보다 18% 낮았다. 한 번 연체의 늪에 빠지게 되면, 연체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장기간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 연구위원은 "연체를 경험할 정도로 이자상환부담이 극심하게 가중된 차주의 소비는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은 1년 이상 지속된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고금리 여파로 한계차주의 소비 부진이 1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향후 한계차주에 상환유예 등의 선별적인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 금리 수준 및 가계부채 연체율 수준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연체 위험이 높은 한계차주가 겪고 있는 소비 부진이 내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그는 "한계차주로의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차주 단위에서의 부채 수준 조정 및 미래 소득 흐름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며 "한계차주 중 상환능력이 한시적으로 떨어진 차주에 한해 원리금의 일부 상환유예 등을 통해 부실을 막고 소비여건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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