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인뱅도 관심 있어"…건전성·수익성 악화 우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 27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중·저신용자(KCB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대출을 제공 중인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음을 시사했는데, 일각에서는 당국이 내년도 포용금융 목표치를 상향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가졌다. 특히 전날 간담회에는 지난 20일 열린 금융지주 간담회와 달리 인터넷은행과 외국계은행 수장들도 소집됐다. 

   
▲ 금융당국이 지난 27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중·저신용자(KCB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대출을 제공 중인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음을 시사했는데, 일각에서는 당국이 내년도 포용금융 목표치를 상향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사진=각사 제공


김 위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은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얘기되고 있는 만큼 외국계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밝히며, 인터넷은행도 상생금융 확대에 예외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 원장도 힘을 더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현장에서 차주의 구체적인 상황을 가장 잘 알고있는 만큼 내실있는 지원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최근 고금리 지속으로 서민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임에도 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으므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도 각 은행별 상황에 맞게 소홀함 없이 이뤄지도록 은행장들께서 신경써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모든 1금융권 은행을 지칭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라고 요구한 것인데, 추후 인터넷은행의 포용금융 비중이 확대될 지가 관전 포인트다.

당국의 속내에 인터넷은행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총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카카오뱅크가 28.7%, 케이뱅크가 26.5%, 토스뱅크가 34.46%를 각각 기록했다. 카뱅과 케뱅이 직전 6월 말 27.7% 24.0%에서 각각 1.0%포인트(p) 2.5%p 늘린 반면, 토뱅은 38.5%에서 4.04%p 역신장했다. 

이들 3사의 연말 포용금융 목표치는 카뱅 30%, 케뱅 32%, 토뱅 44%다. 

이 중 토뱅의 행보는 우려를 배가한다. 토뱅은 지난해 말 40.37%에서 올해 3월 말 42.06%까지 대출비중을 늘렸는데, 6월 말 38.5%에 이어 이번 9월 말 실적에서 34%대로 추락했다. 이와 관련해 토뱅 측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저신용자 포용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뱅 관계자는 "녹록지 않은 거시경제 상황에서 출범한 토스뱅크가 안정적으로 포용금융을 이어가기 위해선 건전성 관리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차적인 문제도 거론했다. 토뱅은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사이 포용금융을 대폭 확대했는데, 당시 공급된 물량의 상환 시기가 최근 집중됐다는 설명이다. 이 시기에 토뱅으로 대출 갈아타기에 나선 고신용자 대출이 대거 유입되면서 목표치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당국 요구대로 '대출비중'에만 집착하면 회사 방침에 따라 수치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목표치 집착에 따른 부작용은 그동안 끊임 없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 대출금리 왜곡 심화를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카뱅은 이날 중·저신용자 대출금리를 최저 연 4.06%대까지 떨어뜨렸는데, 고신용자에게는 최저 연 5.47%의 금리로 대출을 내어주고 있다. 가산금리를 차등적으로 배정한 데 따른 금리 왜곡이다. 

케뱅은 고신용자 신규 신용대출 금리를 연 7%까지 높여 사실상 신규 공급을 중단했는데, 최근에는 타행 대환서비스도 중단했다. 신규 유입되는 고신용자 대출규모가 모수에 확장되면 토뱅 사례처럼 포용금융 달성률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중저신용자 대출만 대거 늘림으로써 목표치를 달성하겠다는 그림으로 해석된다. 

건전성 악화도 문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한국신용평가(한신평) 등에 따르면 3사의 8월 말 기준 신용대출 연체율은 1.2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0.42% 대비 약 0.78%포인트(p) 급등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토뱅과 케뱅이 각각 1.58% 1.57%로 엎치락뒤치락했고, 카뱅이 0.77%로 가장 낮았다. 

연체율 폭등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것인데,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대출 연체율은 8월 말 2.79%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0.84%에 견주면 약 세 배 이상 오른 수치다. 특히 케뱅 연체율이 4%를 넘어섰고, 토뱅이 3.40%, 카뱅이 1.68% 순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에 대출잔액 대신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개선해달라고 건의하는 등 목표치 산정방식 개선을 요구한 바 있는데 별 소식이 없다"며 "현재 잔액 기준은 경직적이고 중도상환 등으로 비중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경기 여건 등을 반영한 탄력적인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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