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가격 올해 14% 하락…장기적 하락 전망 우세
2030년 전기차가 3분의 2…보급 확산 요인 충분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전기차와 배터리 가격이 올해 하락 국면을 맞이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의 성장속도 역시 덩달아 둔화된 상황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함께 배터리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그에 따른 전기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던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가격 하락은 전기차 보급 및 확산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 배터리팩 가격 하락세…경쟁 심화 '점입가경'

28일 에너지 전문 리서치 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연간 리튬이온 배터리팩 평균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39달러로, 지난해 kWh당 161달러 대비 14% 하락했다. 201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또한 내년에는 배터리팩이 133달러, 2027년에 이르면 1킬로와트시(kWh)당 100달러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기차 충전 모습./사진=KG모빌리티 제공


골드만삭스도 보고서를 통해 2025년까지 배터리 가격이 2022년 대비 40% 가량 떨어지고, 이후 연간 11%씩 하락해 2030년엔 kWh당 72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배터리 가격 하락은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파악된다. 지난해까지 기술혁신을 통해 배터리 가격이 인하된 것에 더해 원재료 가격 하락이 겹쳤다.

배터리 가격 하락 뿐만 아니라 최근 글로벌 단위의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자동차 업계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역시 수요가 줄면서 도산, 구조조정, 투자 연기 등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찌감치 전기차 시장이 형성된 중국에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몇몇 기업들이 파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침체로 고가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수입차들의 범람으로 인해 중국 내 자체 중소 브랜드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전기차 시장의 위축으로 무분별하게 생겼던 배터리 기업들 역시 문을 닫는 현상이 발생 중이다.

복수의 중국 외신에 따르면 중국 중위권 배터리 업체 톈진시제웨이(捷威)동력유한공사는 12월부터 연간 생산량 1.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톈진 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체제로 굳혀진 국내와 달리 중국은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유행을 타고 수많은 배터리 업체가 생겼고, 10여 개 업체는 파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 시장이 앞으로 안정화 단계로 돌입해 소위 '진검승부' 시대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수요 둔화를 넘어 일정 수준의 수요를 유지하면서 기술 혁신과 원재료 가격 안정화가 겹치면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는 전기차 수요를 유지시키는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배터리 업계로선 내년이 본격적인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전기차 보급 확산 '시간문제'…배터리, 상위 소수 기업 전성시대

업계에서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에너지 전문기관인 로키마운틴연구소(RMI)는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가격이 하락을 거듭해 전기차 가격이 유럽에서는 내년, 미국에서는 오는 2026년 경 내연기관차와 동일해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 전기차 배터리 조감도./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이로 인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가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사회에서 2030년을 탄소중립 실현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어 그 전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정책을 시행 중이기도 하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새로 출시를 준비하는 LFP 배터리 이원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산 리튬이온 배터리는 품질이 우수해 프리미엄 라인으로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성능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선점한 LFP 배터리는 한국 업체들로선 개발이 어렵지 않은 만큼 2025년 말을 기점으로 상용화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시장이 이원화, 가격 하락, 옥석가리기 등 전환기를 맞이한 만큼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 업계 역시 상위 소수 업체들만 생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배터리 쪽은 일부 기업들의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 전문 기업인 테슬라 외에도 기존 내연기관을 위주로 한 주요 브랜드들이 전기차를 선보이겠지만, 중국은 CATL과 BYD가 양산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국내 배터리 3사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 수급 문제로 다양한 배터리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갔지만, 가격 인하 등 여러 난제를 안고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않은 기업은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라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눈앞의 수요 둔화가 아닌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하락뿐 아니라 신기술이 계속 추가되면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이 하락할 요인이 충분하다"며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확보하는 시점까지 전기차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그 후로는 전기차 보급 확산의 전성기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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