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12대 그룹, 18개월 간 175개국 3000여 명 만나…'원팀' 보여줘
대한상의 "유치 실패했지만 국가경쟁력 끌어올리고 산업 지평 확대 계기"
[미디어펜=조성준 기자]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가 불발되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재계도 아쉬움을 표했다.

대한상의는 28일(현지시간) 엑스포 개최지 확정 직후 논평을 통해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부산시, 국회, 기업인 그리고 국민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서 "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국민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 간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상의는 또한 "각 나라들은 소비재부터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 파트너십을 희망했다"며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인지도 강화와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확보 등 부수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상의는 "경제계는 정상들의 긍정적 피드백과 세계인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켜 한국과 지구촌이 공동 번영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이날 "전 국가적 노력과 염원에도 불구하고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가 좌절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엑스포 유치 노력 과정에서 이뤄진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 역시, 향후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유치 불발이 실패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리더를 넘어 글로벌 리딩국가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엑스포 유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금번 유치활동은 경제·문화적으로 발전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경총은 "우리나라는 엑스포 유치 후발주자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그동안 정부와 기업들이 원팀으로 합심해왔다"며 "앞으로 경영계는 정부·기업·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유치활동에 전념한 값진 경험과 정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경제주체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재계 단체들의 말처럼 유치 활동 과정에서 해외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일종의 성과로 평가된다.

국내 12대 주요 그룹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총 175개국의 정상 등 고위급 인사 3000여 명을 만난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그룹들은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을 비즈니스 연관성을 고려해 대상국을 분배했고 하나의 팀처럼 체계적으로 유치 활동을 벌였다.

삼성은 네팔과 라오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소토 등, SK는 아프가니스탄과 아르메니아, 리투아니아, 몰타 등, 현대차는 페루, 칠레, 바하마, 그리스 등, LG는 케냐와 소말리아, 르완다 등, 롯데는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도맡아 적극적인 유치전을 펼쳤다.

이러한 유치 과정에서 중남미, 아프리카 등 이전에는 마케팅 활동이 부족했던 지역까지 두루 챙기며 한국 기업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5대 그룹인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는 총수들이 직접 나서 유치 활동에 수 차례 나섰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공동유치위원장으로 1년 이상 엑스포 유치에 전력을 다하며 재계를 하나로 뭉치는 데 솔선수범했다.

최 회장을 필두로 SK그룹 CEO들이 면담한 국가만 180여 개국이며,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관계자 등 엑스포 관련 관계자 면담만 약 1100회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삼성그룹 사장단, 지역 총괄장·법인장 등이 모두 나서 총 50여개국을 상대로 600회 이상의 미팅을 진행했다. 후발 주자로 나서 유치전 기간이 짧은 와중에도 집중적인 지원이 뒤따른 셈이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앞줄 왼쪽 세번째) 등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런던 맨션하우스에서 영국을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종 투표가 이뤄지는 파리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주요 임원들과 마지막까지 유치 활동에 전념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주 사업보고회 일정을 일부 조정하고 임원 인사를 앞당겨 보고받은 뒤 파리로 날아가 엑스포 유치전을 마지막까지 챙겼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지난 6월 30개국 대사를 부산으로 초청해 부산을 알리는 등 발로 뛰는 유치전을 펼쳤다.

재계 총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한국을 소개하고 유치전에 적극 나서면서 국가 이미지 제고와 경제 활성화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비록 엑스포 유치까지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민간 기업들이 정부가 직접 하기 힘든 역할을 맡아 유치에 적극 나섰고, 그 과정에서 생긴 교류는 우리나라 산업의 글로벌 전략에도 큰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으로 기업 총수와 경영진이 각국 주요 인사들을 직접 만나 소통한 것은 향후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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