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 등 경기 회복 지연에 기업들 투자 불투명
투자 심리 개선 위해 규제 완화·세제 지원책 마련 시급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고금리·고환율과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내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아직 내년도 투자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 심리 개선을 위해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고, 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고금리·고환율과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내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아직 내년도 투자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서울 빌딩 숲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131개사)의 55.0%가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거나(49.7%), 투자 계획이 없다(5.3%)고 답했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45.0%)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61.0%)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응답했고, 올해보다 투자를 확대(28.8%)할 것이라는 응답이 축소(10.2%) 응답보다 많았다.

지난해만 해도 응답 기업의 38%가 투자 계획이 미정이라고 했지만, 올해는 11.7% 증가한 49.7%의 기업이 미정이라도 답했다. 

다행인 것은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 증가(13.5%→28.8%, 15.3%p↑)했다는 점이다. 반면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감소(19.2%→10.2%, △9.0%p↓)했다.

한경협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투자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럼에도 작년보다는 많은 기업들이 자사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시장변화 대비를 위해 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내년에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기업들은 주요 이유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37.3%)를 꼽았다. 그 외에 ‘내년 경제전망 양호’(25.5%), ‘업황 개선 기대감’(15.7%), ‘불황기 적극 투자로 경쟁력 확보’(7.8%)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내년도 투자 축소를 계획하거나,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미정 포함)은 그 이유로 ‘불투명한 경제 전망’(31.6%). ‘원가 상승 리스크 확대’(26.6%),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자금조달 애로’(14.3%) 등을 꼽았다.

내년 기업 투자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리스크 요인은 고금리 지속(33.6%)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고환율·고물가 지속(24.2%), 글로벌 경기 둔화(21.6%), 민간부채 위험(9.4%) 순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물가가 최근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은의 목표물가 수준(2.0%)을 상회하고 있다”이라며 “이로 인해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기업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회복돼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기업 3개사 중 1개사(32.8%)가 2024년 하반기라고 응답했다. 이외에 2025년은 19.8%(상반기 15.3%+하반기 4.5%), 2024년 상반기는 12.2%로 나타났다.

현재 기업들이 투자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시설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28.8%)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에도 ‘ESG 규제와 관련 지원 부족’(18.1%), ‘신산업 진입 규제’(14.0%), ‘R&D·시설투자 지원 부족(13.7%) 등이 투자 애로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업들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과제로 ‘금리 인하’(28.8%)와 ‘법인세 감세 및 세제지원 강화’(22.6%) 등 자금사정 개선대책을 주문했고, 이어 ‘투자 관련 기업규제 완화’(18.3%), ‘금융지원 확대’(12.7%) 등을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 불확실성 지속과 실적 부진주3) 등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년에 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은 우리경제에 고무적 조짐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심리를 확실히 반전시킬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기업들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