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규정을 발표하며 대(對)중국 압박을 강화한 가운데 한국 배터리 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과의 합작사 지분율을 조정하고 광물 공급처 다변화에 속도를 더 내야 할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1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해외우려기업(FEOC)'에 대한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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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내부 배터리 조감도./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
미 정부는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약 975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데, 해당 부품을 제공하는 외국 우려기업을 구체화한 것이다.
규정안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 소재인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FEOC에는 중국을 필두로 러시아, 북한, 이란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이 속한다.
◇ 합작사 '中 지분' 25%넘지 말아야
제도의 핵심은 중국 배터리 업계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넘어 중국 측 지분이 25%를 넘는 중국 밖의 제3국 합작회사에도 보조금 혜택을 배제하기로 했다.
따라서 어느 나라 기업이든 중국에서 핵심 광물을 채굴·가공만 해도 FEOC에 해당되며, 합작회사의 지분이 중국과 관련해 25%를 넘어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포드가 중국 CATL과 합작 배터리 공장을 추진해왔고, 한국은 물론 일본 기업들도 중국과의 합작을 통해 배터리 부품, 광물 제조 및 개발이라는 우회로를 뚫고 있는 현상을 막겠다는 미국 측 의지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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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재무부가 지난 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 ‘외국 우려 기업’(FEOC)에 관한 세부 규정/사진=미국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 |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지분율 25% 이하 규정을 당장 내년부터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 지분율 50% 미만을 기준으로 잡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당장 업계는 중국 지분율을 낮추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중국 지분율을 낮추기 위한 지분 인수 등의 후속작업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양극재·전구체 생산 합작 공장의 경우 미국 수출을 목적으로 진행됐고, 흑연 등 핵심광물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지분율 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 지분율 낮추고 광물 공급처 다변화 '발등에 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과의 합작 회사 설립을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LG화학은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화유그룹 산하 유산과 모로코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북미향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업체 야화와 수산화리튬의 모로코 생산을 위한 MOU를 맺었다.
또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의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을 위한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도 중국CNGR과 경북 포항에 이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들 한중합작회사는 대부분 지분율을 51 대 49 정도로 설정해 만약 지분 인수를 중국 측에서 동의한다 해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2025년부터 적용되는 배터리 핵심 광물 공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핵심 광물인 흑연, 리튬, 망간, 코발트 등이 남미·호주·아프리카 등에서 생산되지만 광물 제련 분야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국내나 타 국가에서 제련 공장을 세우기에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은 실정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와 관련해 배터리 분야 공급망을 긴급 점검하고 기업의 공급선 다변화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핵심 광물을 적게 사용하는 배터리 개발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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