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하고, 11일 신동빈 회장의 지주회사체제 전환 선언 및 17일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등 굵직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되풀이되는 경영권 분쟁에 대해 일각에서는 반(反)기업정서가 일어나고 있으며 도를 넘은 국적시비와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실정이다. 재벌 소유주인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갈등에 관하여 언론과 정부 정치인 모두가 나서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시장규제 범위를 늘리려고 한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롯데사태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파장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는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롯데사태 어떻게 봐야하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사회로 시작한 바른사회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전삼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롯데사태를 빌미로 한 반(反)기업정서 확산과 반(反)시장적 규제강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 글은 전삼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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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삼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
롯데 경영권 분쟁과 향후 과제
I. 문제제기
지난 2015년 7월 27일 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총괄회장과 함께 일본롯데 홀딩스를 방문하여 신동빈 회장 등 일본롯데 홀딩스 이사 6명에 대한 해임을 시도하면서 롯데그룹의 경영권분쟁이 표면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권은 지난 7월에 있었던 삼성물산과 엘리엇과의 경영권 분쟁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 즉, 롯데 건은 직접투자자간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점에서 직접투자자와 간접투자자간의 경영권 분쟁을 벌인 삼성물산과 엘리엇 건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직접투자자간의 경영권 분쟁은 무능한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그 순기능이 인정되어 왔다. 따라서 가능한 한 법제도적으로 정부나 제3자가 이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해 왔다. 반면에 직접투자자와 간접투자자간의 경영권분쟁은 투기자본에 의한 기업가정신의 침해라는 부작용을 우려하여 법제도적으로 자본시장법을 통해 5% 룰, 의결권제한, 주식소유제한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 사건은 이 관점에서 본다면 집안싸움이기는 하지만 대주주간의 지분을 기반으로 한 우호세력확보 전쟁, 그리고 주총에서의 경영권 쟁취를 위한 그들만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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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의 난’으로 압축되는 롯데 사태를 보면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창업 1세인 9순의 총괄회장과 6순을 넘긴 아들들 간의 가장 ‘원숙한 나이 대’에서의 갈등이기 때문이다. 후계 구도를 짜지 못했다는 면에서 롯데는 경영에 실패했지만, 이런 사태가 ‘반(反)기업 정서’로 연결될 이유는 없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정치권의 반(反)시장적 발언은 ‘인기영합의 저급한 행태’다. |
그러나 최근 이와 관련하여 각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비도덕적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을 형성하면서 최근 일본이나 한국 양국 소비자들이 롯데불매운동을 벌이고, 공정위가 기업집단 「롯데」의 해외계열사 소유 실태(주주 및 출자 현황)를 파악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등 정부와 정치권이 롯데 사건에 개입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는 등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그들만의 경영권 분쟁”이 아닌 “국가적 경영권 분쟁”이 된 롯데 경영권분쟁의 본질을 검토해 보고 국가가 어느 정도 이에 개입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II. 롯데 경영권 분쟁의 본질과 법리적 쟁점
1. 현재는 경영권 분쟁 아닌 집안 분쟁
롯데 사건의 발단이 내부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외부적으로 처음 표출된 것은 2015년 2월 25일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등기이사로 선임된지 약 한달 후인 2015년 3월 23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건설 이사에서 해임된 후 일본 롯데에서 임원직 모두 상실한 뒤 한국 롯데에서도 임원직을 내놓기 시작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2015년 4월부터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주일에 1∼2차례 찾아 사죄하고 설득하면서 동시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을 지원군으로 확보하면서 롯데 사건이 집안 분쟁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급기야 2015년 7월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하여 신동빈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려고 시도했으나 절차적 하자 때문에 실패하고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신동빈 부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신격호 총괄그룹회장간의 갈등이 표출되기는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한 법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고, 단지 집안분쟁만 표출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주주총회가 소집되어야 비로소 법적인 의미에서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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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그룹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公憤)’은 이해하기 어렵다. 롯데 그룹이 국민기업 또는 공기업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 같은 이전투구에 그저 ‘실망’했을 뿐이다. 한국적 현실에서 재벌에 대해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제왕적 경영 행태’ 운운하는 용어 사용은 정확한 의미에 대한 천착(穿鑿) 없이 반재벌 정서를 부추기는 관행적 어귀로 자리 잡았다./사진=미디어펜 |
이와 관련하여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도덕 또는 윤리의 잣대 외에도 법률적 잣대를 기준으로 롯데그룹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평가 및 대안을 찾기 시작함으로써 더 이상 집안 분쟁이 아닌 이해관계자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롯데법이 발의되는 등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는 듯한 상황이다.
III. 롯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4월 1일 롯데그룹이 자산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재지정하고 법적인 규제를 가해 왔다 (공정거래법 제13조). 그리고 2015년 6월 낸 보고서에는 “순환출자 고리가 가장 많은 「롯데」416개, 전체고리수의 90.6%)는 순환출자 고리수가 1개 감소하는데 그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대기업집단의 기업공개현황과 관련하여 공정위는 롯데그룹이 전체 74개의 계열사 중 8개만 공개회사(상장회사)란 점도 공시하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이 74개 계열사 중 17개 사가 상장회사(공개회사)인 점을 비교해 보면 적은 수가 공개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롯데그룹에 대한 국내법상 규제가 다른 기업들과 차별적으로 이뤄졌거나 계열사에 대한 공시가 위법했던 것도 아니다.
더욱이 언론에서 문제삼는 것처럼 계열사에 대한 통제가 미흡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알려진 바와 달리 롯데그룹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가능했던 이유는 비상장회사가 많더라도 우리 공정거래법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비상장회사의 주요사항, 즉 ① 최대주주와 주요주주의 주식보유현황 및 그 변동사항, 임원의 변동 등 회사의 소유지배구조와 관련된 중요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② 자산·주식의 취득, 증여, 담보제공, 채무인수·면제 등 회사의 재무구조에 중요한 변동을 초래하는 사항 ③ 영업양도·양수, 합병·분할, 주식의 교환·이전 등 회사의 경영활동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11조의3 제1항).
또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 중 현재 자산총액이 100억원 미만인 회사로서 청산 중이거나 1년 이상 휴업 중인 회사는 제외한 모든 회사는 그 기업집단의 일반현황, 주식소유현황, 순환출자 현황, 특수관계인과의 거래현황 등에 관한 사항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11조의4). 다만, 롯데 그룹이 여타 대규모기업집단에 비하여 복합한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재계 서열 5위임에도 불구하고 이 그룹을 지배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05%에 불과하며, 총수일가 지분을 다 합쳐도 2.41%밖에 안 된다는 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롯데사태를 이유로 정부가 추가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개입하기에는 난제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기업집단 「롯데」의 해외계열사 소유 실태(주주 및 출자현황)를 파악할 목적으로 이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동일인이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계열사를 지배하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해외계열사를 포함한 전체적인 소유구조를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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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롯데사태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파장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는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롯데사태 어떻게 봐야하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정책토론회 전경./사진=미디어펜 |
그러나 설령 해외 계열사의 소유구조를 파악한다고 하여 이에 대한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물론, 공정거래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역외적용규정에 의거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소유구조나 지배구조를 근거로 제재를 하는 나라가 없으며, 일본도 이러한 규제를 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제재를 가하면 국가적 통상마찰의 우려가 높으며, 실효성도 없을 수 있다. 자칫하면 마녀사냥식의 기업죽이기만 가능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7일에는 외국 법인을 통한 순환출자 문제를 규제하고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이 법안은 국내법인으로 한정되던 신규 상호출자 규제 범위를 외국법인까지 확대하고, 정부가 외국법인 계열사에 대한 주식 취득 또는 소유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역외적용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익을 고려해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최경환 부총리도 지난 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정부는 이번 롯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관계 기관이 엄밀히 살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최 부총리는 "롯데그룹은 경영권 다툼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즉, 여당의 경제수장도 롯데에 대한 지배구조개선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IV. 해결방안 및 결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본의 광윤사가 롯데 집안분쟁의 핵심열쇠로 알려져 있다. 광윤사는 규모만 보면 포장재를 만드는 일본의 작은 회사에 불과하지만, 이 광윤사가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실질적인 지주사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광윤사는 한국 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도 5.45%를 보유하고 있으며, 광윤사의 지분 중 3%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소유하고 있으며, 신동주, 신동빈 형제가 각각 동일하게 29%씩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일본의 L투자회사 11개가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제3자들의 개입여부와 관계없이 3부자간의 합의나 소송으로 해결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집안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 롯데호텔의 최대주주가 일본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통탄할 일이기는 하지만 자본시장의 벽이 허물어진 이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일본기업이라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제2조2와 자본시장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역외적용을 확대하고자 하는 입법을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볼 때 과도한 입법논의가 될 수 있다.
어찌 되었건 지난 2014년 1월 대규모기업집단은 신규순환출자를 못하도록 금지되었다(공정거래법 제9조의2). 이법의 부작용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현행법상 순환출자는 개선이 필요한 대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다. 따라서 삼성을 비롯한 상당수의 대기업들은 신규순환출자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순환출자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롯데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 역시 포퓰리즘적 관점에서 보면 롯데 집안 분쟁에 대한 개입유인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번 롯데집안 분쟁의 해법은 “결자해지(結者解之)”가 답이 될 수 있다. 우선, 일본자본이 국내대기업을 지배하더라도 국익에 반하지 않는 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에 대한 증거들을 제시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노력하였듯이 롯데그룹도 순환출자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롯데그룹이 국내 5대 대기업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공개회사의 수가 다른 기업집단에 비해 적다는 것은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한 개선노력을 기울이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 역시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하여 과도하게 여론재판식으로 이번 롯데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활성화가 필요한 시대적 사명이라면 좀더 냉철하게 이번 사태를 주시하며,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에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소송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