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올 3분기까지 13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손쉽게 챙긴다는 윤석열 정부의 비판도 거세지며, 금융지주들은 올 연말까지 '상생금융안'을 내놓기로 했다. 한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KB금융그룹은 지난 2014년 윤종규 회장이 선임된 이후 9년 만에 새 사령탑을 맞이했다. 지난달 21일 KB금융의 제7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오는 향후 3년간 KB금융을 이끌게 된다. 취임 전부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던 양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을 만들겠다"며 '상생경영'을 약속했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사진=KB금융그룹 제공.
 

공식 임기를 시작한 양 회장은 조만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통상 12월 중순께 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열고 인사를 단행해 왔다. 현재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연임이 확정된 가운데 임기만료를 앞둔 비은행 계열사 대표의 교체가 전망된다. 현재 KB증권·KB국민카드·KB자산운용 등 계열사 10곳 중 8곳의 CEO가 임기를 앞둔 가운데 3년 이상 재임한 대표들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양 회장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주택은행에 입사했다. 2001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한 이후 KB금융 전략담당 상무와 재무총괄 부사장 등을 지낸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 및 재무통으로 꼽혀왔다. 특히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이끈 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아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부터는 KB금융지주 보험부문장을 맡았고, 2020년에는 KB금융이 10년 만에 부활시킨 부회장에 승진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금융권의 세대교체 대열에 합류, 차기 그룹 회장으로 당시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내정했다. 조용병 회장이 세대교체와 그룹의 미래를 고려해 용퇴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가운데 치러진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진 행장이 만장일치로 회장 후보로 선정됐다. 지난 3월 공식 취임한 진 회장은 "사회적 기준보다 더 엄격한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완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진 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데에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진 내정자는 일본에서만 18년을 근무한 '일본통'으로 꼽힌다. 회추위도 진 은행장의 SBJ은행 법인장·신한금융지주 부사장·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회장은 덕수상고,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거쳐 중앙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6년부터 신한은행에서 근무를 시작한 진 은행장은 1997년 신한은행 일본 오사카 지점으로 발령받아 2008년 오사카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을 거쳐 신한은행의 일본 법인인 SBJ은행 법인장을 역임했다. 진 은행장은 SBJ은행 근무 당시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해 SBJ은행을 고속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도 올해 초 임종룡 회장을 새 수장으로 맞이했다. 관 출신인 임 회장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관치금융'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펀드 사태와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개선을 위해 이해관계보다 전문성과 실무능력 등 역량에 초점 둔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당시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도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금융환경뿐 아니라 거시경제 및 경제정책 전반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 전 위원장이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금융이 과감한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도 더해졌다고 부연했다.

임 회장은 1959년생으로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거쳐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1998년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당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한빛은행으로 통합하는 실무작업을 지휘하기도 했다. 금융위원장 당시에는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해 완전 민영화의 신호탄을 쏘았다는 평가다. 임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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